앨리슨 아줌마 곁에 있었던 사람
그런데 앨리슨 아줌마 혼자였다면 이 모든 일을 과연 해낼 수 있었을까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해요. 높은 선반 위에 올려진 짐을 꺼낼 때 딛고 설 의자나 몸을 올려줄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고, 무거운 짐을 누군가와 나누어 들어야 할 때도 있고, 처음 가보는 곳엔 길을 알려줄 사람도 필요해요. 그런데 장애를 가진 분들에겐 다른 도움이 필요하답니다.
만약 앨리슨 아줌마 혼자 있는데, 아기가 아파서 울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마음 같아선 아기에게 뛰어가 달래주고 싶지만, 혼자서는 그러기 힘들겠지요. 옆에서 아줌마가 아기에게 가는 일을 도와주고, 아기를 보살피는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거예요. 밥을 먹을 때나,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갈 때도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할 거구요. 이렇게 혼자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곁에서 돕는 사람을 ‘활동보조인’이라고 해요. 앨리슨 아줌마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아들을 키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앨리슨 아줌마가 사는 나라 영국에서는 3년 전에 움직이고 일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법이 생겼대요. 그 법에는 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그런 법이 없어요.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밥을 먹기도 힘들고, 화장실에 가기도 힘들고, 봄이 와도 소풍을 갈 수도 없는데도 말이에요. 동무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어도 컴퓨터를 쓸 수도 없답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하신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요.
“36년 동안이나 빈집에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누워만 지냈어요.”
“주말에는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이 오지 않아요. 그러면 난 밥도 차려먹을 수 없답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휠체어를 타고 장애체험을 하는 학교가 많았다고 해요. 장애가 없는 사람은 잠깐 휠체어를 탔다가 일어서면 그뿐이지만, 장애인들은 이렇게 혼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똑같은 사람인데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차별받고 있는 것 아닐까요?
권리를 찾아나선 장애인들
며칠 전 서울에서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한강다리를 기어서 행진하는 일이 있었어요. 휠체어에서 내려 몇 시간씩 걸려 한강다리를 건넌 거지요. 너무 안타까워 보인다구요?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냐구요? 힘들고 아프지만, 행진으로 사람들에게 활동보조인이 없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지요. 함께 행진하고 싶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방에서 나오지도 못한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활동보조인을 지원해 달라는 의견에 대해 고개를 저었대요. 돈이 없다고 하면서요. 가난한 장애인들도 똑같이 권리를 누리려면 시에서 활동보조인의 월급을 내주어야 하니까 돈이 필요한 것은 맞아요. 그런데 엄청난 돈을 들여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면서, 당장 활동보조인 없이는 갇혀 살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기다리라고만 하는 게 말이 되는 걸까요? 계속 내 권리를 빼앗기고 차별을 당하면서도 화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장애인들의 힘겨운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요. 5월 1일 서울시에서 올해 안으로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거든요. 다행이다 싶었는데, 문득 서울 말고 다른 곳에 사는 장애인들은 어떡하지 걱정이 되네요. 모든 장애인들에게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서는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빨리 활동보조인을 보장해주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어디에 살든 모든 장애인이 골고루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