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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애인 시설마저 장애인 차별"

편의시설 설치 거부하는 복지센터 인권위 진정

장애인 작업활동 교육을 담당하는 장애인 복지센터가 승강기와 장애인용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를 거부해 물의를 빚고 있다.

13일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아래 편의연대)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인권위 7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동구 소재 천사종합복지센터(아래 복지센터)의 편의시설 설치 거부와 장애인 직원 차별 실태를 고발했다. 이어 복지센터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하며 작업활동 교육을 담당해온 ㄱ씨가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두 단체에 따르면 1990년 천사선교원으로 시작한 복지센터는 지난 2002년 '늘푸른작업활동시설'(작업시설)을 개설,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작업활동 교육시설과 판매시설을 운영해오다 올해 1월 21일 작업시설을 승강기가 없는 인근 2층 건물로 이전했다. 하지만 옮겨온 건물에는 승강기는 물론 장애인용 화장실도 마련되지 않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성장애인인 ㄱ씨가 혼자서 2층에 있는 작업활동시설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는 "예전 건물은 불편하기는 했어도 승강기가 있어 다닐 만 했지만, 지금은 계단밖에 없어 2층에 있는 교육시설로 가려면 남자직원에게 업혀야 한다"고 털어놨다. 또 "화장실 역시 2층에 있고 이마저도 장애인용 화장실이 아니어서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복지센터는 승강기 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는 ㄱ씨에게 "2층 화장실까지는 업혀서 올라가면 되고 변기칸까지는 기어서 들어가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두 단체는 "여성장애인에게 성적수치감을 주는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동등하게 화장실을 갈 권리를 빼앗음으로서 접근권을 침해한 권리침해이며,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한 차별적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복지센터 측은 편의연대의 현장실사와 함께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ㄱ씨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강동구청과 서울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단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감사를 나왔으면서도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늘푸른작업활동시설에서 ㄱ씨가 일하는 점…ㄱ씨가 늘푸른작업활동시설 직원이 아니라 재단직원으로 속여서 등록이 되어 있는 것에도 아무런 감독도 하지 않았다"며 규탄했다. 하지만 강동구청은 "센터 측이 직원의 일하는 부서를 속여서 신고한 점은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한 것이나 이미 센터가 시설비리로 행정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서류상) 휠체어 사용자가 일하지 않는 정신지체인을 위한 작업활동시설은 편의증진법의 완화적용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므로 편의시설 미설치만으로는 아무런 행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령에 의한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시행령은 "장애종별에 따라 설치기준 완화"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복지센터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

이에 대해 두 단체는 "장애인에게 편의시설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은 시설이 아니"며 "장애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일하고 교육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복지센터에 대해 "장애인 직원에 대한 비인격적이고 비인도적인 차별을 즉시 중지"하고 "장애인용 하장실 설치 등 정당한 편의를 즉각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강동구청에는 복지센터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것과 함께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즉각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김도현 장애인이동권연대 정책교육국장은 "이동권·접근권은 비장애인에게는 단순히 좀더 편한 생활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지만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약자에게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라며 "(편의시설은) 여론에 떠밀려 실적 중심으로 설치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의 욕구와 세심함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