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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권이야기] 이랜드 점거 파업: 노동자 파업에 적대적인 경찰 공권력

홈에버 상암점과 강남 킴스클럽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이랜드-뉴코아 조합원들의 점거 파업에 대해, 정부는 경찰 병력으로 매장을 전면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그리고 두 차례 모두 매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조합원들의 점거 파업을 강제 종료시키고, 대부분 여성으로 이루어진 농성자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하여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경찰과 사측은 매장 출입구를 산소용접으로 봉쇄했다. [출처] 뉴코아노조

▲ 경찰과 사측은 매장 출입구를 산소용접으로 봉쇄했다. [출처] 뉴코아노조



경찰이 매장에 대한 출입통제 및 물품 반입 통제를 하는 동안, 사측은 농성장에 전기를 끊고 환풍 시설을 꺼서 고립된 매장 내 환경을 어둡고 위험하게 만들었다. 상암점에서는 비상 방화문을 용접하여 봉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어쨌거나 수백 명이 고립되어 있는 장소에 대해 이러한 조치들은 자칫하면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러한 조치들을 방조하였다. 또한 사측은 계속하여 농성장 안으로 구사대를 침투시켜 조합원들을 위협하려 했고 경찰은 조합원들의 접근을 엄중하게 막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구사대에 대해서는 소수의 병력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농성 조합원들은 점거 파업 내내 구사대로부터의 폭력 위협에 시달려야만 했다.

지난달 27일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이랜드, 뉴코아 규탄 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 이후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조합원들을 경찰이 방패와 곤봉으로 막아서고 있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지난달 27일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이랜드, 뉴코아 규탄 민주노총 총력결의대회’ 이후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조합원들을 경찰이 방패와 곤봉으로 막아서고 있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또한 경찰은 봉쇄와 출입 통제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이나 사회단체에 대해서는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을 종용하고 연행을 시도하던 것과는 달리, 사측이 동원한 용역 및 구사대 수백 명의 집회에 대해서는 단지 매장으로의 진입이나 노동자들 집회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을 뿐, 농성장으로 진입하려는 구사대가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장면들은 경찰은 자본의 재산권과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움직이지만,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경찰 보호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공격과 파괴의 대상임을 잘 보여준다. 경찰법 3조는 국가 경찰의 임무 중 첫 번째로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꼽고 있으나, 이랜드-뉴코아 점거 파업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오로지 사측의 재산, 즉 매장에 대한 권리를 물리력으로 보호하는 것만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파업 노동자들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 의무조차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국가 공권력이 사실은 고용된 폭력집단과 별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의 파업권에 적대적인 것은 경찰 공권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점거파업으로 가까스로 이루어진 노사 협상 중 공권력 투입을 공언하여 협상을 방해하는 노동부 장관,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노동조합의 점거 파업은 물론 평화적인 피케팅까지 금지하여 노동조합의 파업권과 표현의 권리를 부정한 두 차례의 법원 가처분 판결, 이러한 것들은 자본가의 재산권은 신성시되나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무시되는 국가 체제의 문제를 잘 드러낸다.

1일 서울지방노동청을 점거한 인권활동가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 1일 서울지방노동청을 점거한 인권활동가들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두 번째 점거 파업이 공권력 투입으로 파괴된 다음날인 8월 1일, 인권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지방노동청을 점거하고 항의한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안정적으로 일할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랜드 개별 자본만이 아니라 비정규직법이라는 체제에 투쟁해야 하듯이, 노동자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파업 노동자를 연행하고 구속하는 공권력과 국가 체제에 대항하여 인권의 이름으로 연대와 투쟁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