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맘대로 소지품 조사
현행 경직법 제3조 제3항은 불심검문을 하면서 ‘흉기의 소지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할 때에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무기, 흉기,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의 소지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2항).
현행 경직법에서 흉기소지조사를 제외한 소지품 검사를 허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이는 불심검문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법적 근거가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경직법 제3조가 근거가 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설사 흉기외의 소지품 검사가 허용된다는 견해에 따르더라도 그 범위는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의 안전 확보나 불심검문의 실효성 유지를 위한 것으로 제한되며 범죄수사를 위한 소지품 검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직법개정안은 흉기 외에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위험한 물건이란 살상을 위하여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더라도 사용하는 용법에 의해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건(자, 플라스틱 케잌칼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즉 경찰의 소지품조사 대상물이 무제한적으로 넓어졌다.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는 사유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라는 추상적 요건만 규정했다. 이로써 불심검문을 빙자한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가능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등에 위반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소지품 조사의 대상을 현행 경직법처럼 흉기로 한정하고 그 조사 방법도 그 동안 흉기소지여부 조사의 한계로 논해져 왔던 ‘의복 또는 휴대품의 외부를 손으로 만져서 확인하는 것’(Stop and Frisk 원칙)으로 정해야 한다.(*) 흉기소지 조사의 요건도 ‘흉기를 소지했을 것이라고 믿을만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경직법개정안 제3조 제2항을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믿을만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흉기의 소지여부를 의복 또는 휴대품의 외부를 손으로 만져보는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수정해야 한다.
차량 적재물 조사 시, 경찰의 자의적 권한 확대 가능
현행 경직법에서 차량 경계검문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규정은 없으나 실무에서 경직법 제3조 제1항에 근거하여 실시되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임의의 수단에 의할 것 △자동차를 이용한 중대범죄에 제한될 것 △범죄의 예방과 검거를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에 한할 것 △자동차 이용자에 대한 자유의 제한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경직법개정안은 범인 검거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차량․선박 등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고, 무기, 흉기, 마약 등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의 적재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제3조 제3항). 차량․선박 등을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직법개정안 제3조 제5항에 따라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거부할 수 있으나, 적재물 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경직법개정안 문안상 분명하지 않다. 이로 인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만약 경찰에 의해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집행될 경우 영장주의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될 것이다. 또한 차량 등 적재물 조사의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경찰관의 자의적 조사가 가능하고 그 대상도 너무 광범위하다.
따라서 차량 등 적재물 조사의 요건을 ‘자동차를 이용한 중대범죄에 한해 범죄의 예방과 검거를 위해 필요최소한으로’제한하고 이를 거부할 수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제복착용 및 신분표시 의무화해야
현행 경직법 제3조 제4항은 불심검문을 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경찰관이 신분을 표시하는 증서를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고 동행 장소를 밝힐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경직법개정안은 불심검문, 소지품검사, 차량 등 적재물 검사 시 제복을 착용하거나 신분을 표시하는 증서를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제복을 착용한 경우에도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제3조 제4항).
그러나 위 규정은 제복의 착용과 신분증 제시를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제복을 착용한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제복을 착용한 경우에도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고, 시위진압 등 경찰관들의 공무수행과정에서의 공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불심검문뿐 아니라 일반적인 직무를 수행할 때도 소속, 계급, 이름이 주·야간에 식별 가능하도록 표시된 제복(진압복 포함)을 착용할 의무와 그 식별을 어렵게 하는 행위의 금지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수사, 정보, 보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예외를 인정할 필요는 있다(참조 최규식의원 대표발의 경직법 개정안. 제4859호 참조).
강제적인 신원확인 절차…거부권 규정하지 않아
현행 경직법에서 불심검문의 일환으로 대상자 성명, 주소, 연령 등을 질문하여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논란이 있고, 허용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질문은 임의수단에 불과하다.(**) 경직법 제3조 제7항은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직법개정안은 경찰관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여 신원확인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을 두지 않고(제3조의 2 제1항)있다. 경직법개정안에 따르면 불심검문에 수반한 신분증 제시 요구가 ‘강제절차’로 변질되고, 강제수사 단계에서도 인정되는 진술거부권이 불심검문 대상자에게는 인정되는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불심검문은 그 본질이 어디까지나 경찰 행정작용의 분야로서 범죄수사와는 엄격히 구별되고 임의적 수단에 불과하다. 신분증제시에 대한 경찰의 요구권을 규정한다면, 불심검문 대상자에게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신원확인 위해 지문채취…경찰권 남용
현행 경직법은 연고자에게 연락하거나 지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 그러나 경직법 개정안은 신원확인이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연고자에게 연락하거나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지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3조의2 제2항).
그러나 연고자에게 연락하기 위해서 대상자로부터 연락처를 강제로 진술 받거나 대상자의 핸드폰이나 수첩 등 휴대품을 압수하는 것은 불심검문의 신원확인 자체가 강제할 수 없는 임의적 절차로 볼 때 매우 부당하다.
지문은 개인의 신체정보로 지문을 통한 신원확인은 최소한으로 제한될 필요가 있다. 비록 대상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더라도 신원확인을 목적으로 한 지문채취가 남용될 우려가 있고, 임의적 수단에 불과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까지 채취하는 것은 경찰권의 남용이며 그 필요성도 없다. 따라서 개정안 제3조의2는 전부 삭제되어야 한다.
이글은 경직법 개정안의 문제점 중 불심검문에 관한 부분만 살펴봤다. 경직법개정안은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직법개정안은 현행법이 경찰관의 의무에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만 처벌하게 하는 외에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벌금형을 추가하고 있다. 이렇게 벌금형이 없던 범죄에 벌금형을 추가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형을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벌금형이 신설되면서 경찰이 법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벌금형으로만 처벌되면서 경찰에 대한 강제력이 약해진다.
시시 때때로 언제든 권한 강화를 꿈꾸는 경찰의 속내가 경직법 개정안을 통해 드러났다. 최근 거리에서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경찰은 이제 노골적으로 제도까지 뜯어고치려고 한다. 경찰의 숙원(?) 사업이 과연 이번 국회에서 경직법 개정으로 나타날지 6월 국회를 앞두고 각종 인권관련법에 관한 감시와 대응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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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등을 소지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때 경찰관 또는 제3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고려하여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지품의 내용을 조사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사실상 수색에 해당하므로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수반하는 부수적 처분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형사소송법 제216조)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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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검문의 성격에 사법경찰작용이 병존한다고 보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이는 초동수사의 긴급성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수사활동의 범위는 초동수사에 그쳐야 하고, 그 수사활동이 개시되면 바로 검사의 통제와 지휘의 대상이 된다고 봄.
덧붙임
박주민 님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