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안에서 읽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이라크에서 온 편지>라는 책은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의 이름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인간방패라도 하겠다며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 한 가운데 섰던 이들의 수기였다. 병역거부를 하기 전, 어설프게나마 그들의 활동내용을 알고는 있었지만 당시 이라크 상황에 대해서도 그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전쟁터에까지 가게 되었는지, 매일 밤 끊이지 않았을 포성과 총 소리에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는 알지 못 했다. 출소한 지금에서야 다시금 그 때의 기록들을 찾아보며 참담했을 그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어째서 전쟁의 무게는 오롯이 나와 같은 평범한 민중들이 지고 살아가야 할까? 전쟁의 파편으로 삶도 몸도 부서진 사람들의 모습과 반전평화팀 활동가들이 현지 민중들의 삶에 온전히 함께하려 부단히 노력했을 시간들이 교차한다. 이제는 북한과의 대립 상황에서 무력충돌을 부추기는 이들에게 "당신들이 틀렸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은 나에게는 세상 돌아가는 일 따위엔 관심 없는 대학 새내기 시절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대학생활이 낯설고 그동안 만나오던 청소년들에게 무얼 더 해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만 가득한 시기였다. 그 와중에 개신교계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우리 학교 앞에서도 파병반대 전단지를 나눠주던 사람들의 모습을 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뉴스 등을 통해 파병결의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과정들을 접했을 뿐,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 했다. 때문에 전단지를 받아들고서도 그저 이런 전단지를 우리 학교 앞에서도 나눠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누구도 전쟁의 무게를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올해, 2013년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이 발발한지 10주년이 되었다는 것을 문득 알게 되었다. 감옥 안에서 읽었던 그 책도, 뉴스를 통해 북한 핵실험 과정을 지켜보며 핏대를 세우던 같은 방 아저씨들 모습도 떠올랐다. 한국전쟁을 겪어냈을 연령대의 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이 갖는 피해의식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전쟁의 무게를 누군가가 똑같이 짊어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 하는 것 같다. 그들이 전쟁으로 입은 상처만큼 고스란히 돌려주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나는 더 두렵게 느껴진다. 아마도 비슷한 연령대의 한국 사람들의 고민수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이라크전 당시 미군들이 행했던 전쟁범죄의 실태들을 위키리크스에 고발했던 브래들리 매닝이 결국 구속되었다고 한다. 예상으로는 기밀정보의 유출을 이유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전쟁범죄’ 실태와 ‘기밀정보’ 유출이라는 시각 차이에는 인간의 무게, 생명의 무게가 들어있냐의 차이도 있어 보인다. 이런 와중에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이라크전쟁 10주년을 맞아 이라크 민중도 미국의 전쟁범죄도 잊지 말자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려 다녀왔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 전쟁의 기억이 남아있는 자리에서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임
홍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