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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서의 인권이야기] 씁쓸한 서울학생인권조례 2주년

지난 1월 26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2주년을 축하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씁쓸하게 맞을 수밖에 없는 2주년이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2년 동안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조례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강제 종교수업과 종교행사, 두발복장규제, 성적으로 인한 차별 등 인권침해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다른 학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 체벌, 심한 두발복장규제, 휴대폰압수, 강제보충수업 등 인권침해를 당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학생인권 현실을 맞닥뜨리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사진설명] 학생인권조례개악 시도 중단 공동 기자회견’이 1월 8일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개최되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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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학생인권조례개악 시도 중단 공동 기자회견’이 1월 8일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개최되었다.


지난해 12월 30일, 학생인권보장 책무를 이행해야할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서울 시민 10만 명의 서명으로 제정된 조례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주적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참여단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두발규제와 소지품검사를 학칙으로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에서 ‘임신 또는 출산,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이 개인성향으로 바뀌는 등의 훨씬 후퇴된 내용이었다. 소지품검사와 두발규제를 허가하고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지 않는 개정안을 어떻게 학생인권조례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눈앞의 인권침해조차 방관하는 서울시교육청과 학생인권에 무관심한 국가인권위원회

1월 10일에 열렸던 학생인권조례 개정 공청회가 열렸지만 극우단체의 막말 욕설로 파행되었다. 극우단체들이 공청회 내내 성소수자와 학생들에게 막말과 욕설로 토론회를 방해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제대로 된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눈앞의 인권침해조차 방관하는 서울시교육청이었다.

1월 23일에는 ‘서울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이 상정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현병철 위원장과 몇몇 상임위원은 인권위에서 발표했던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권고’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에 학교 현장에서 어떤 혼란이 있었는지 자료를 검토해보고 논의해야겠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임위원들은 학생인권조례 개정 공청회가 열린 지도 모르는 등 학생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결국 다음 회의에서 안건을 재상정 하기로 하고 논의가 30분 만에 끝났다. 그날 회의를 방청했던 나는 국가인권위의 태도에 치를 떨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학교 현장에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후 2년 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아직도 서울의 대부분 학교에서 두발규제가 존재하고‘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를 붙인 학생들 대다수가 징계위협을 받는 등 학교에서 인권침해는 일상이 되어있다. 심지어 사립학교를 다니는 나는, 생활지도부장 교사로부터 “사립학교에선 학생인권조례와는 상관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문용린 교육감과 보수단체는 취임 전부터 실증적인 자료도 없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교육에 혼란만 주었다고 말해왔다.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채 학교를 다닌 나는 결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정말 필요하다면 적어도 제대로 시행이 되고나서 학생참여단, 학생인권위원회와 논의를 한 후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1달 뒤 3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된다. 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이 의결되지 않더라도, 문용린 교육감은 앞으로 얼마나 더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려고 할 지 걱정이 앞선다. 내년 1월 26일엔 개악되지 않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 3주년을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임

영서 님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