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주]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민낯을 그대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불평등함은 세월호 추모의 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희생자가 어떤 사람이냐 때문에 추모받지 못하거나 사건을 둘러싼 사람 중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싸움의 주체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모두가 동등한 인간이기에 평등하게 추모 받고 등등한 주체로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함께 성찰하기 위해 5월 8일과 5월 18일 청와대 만민공동회에서 발표한 발언록을 싣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청소년활동가 이응이라고 합니다, 처음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고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더 많은 승객을,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낡은 배를 증축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승무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했고, 침몰당시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보다 높으신 분들 ,돈 있는 분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고 저 또한 언제든 또 다른 세월호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 이미 세월호의 또 다른 당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돈 때문에 사람들이 죽지 않게, 아직 살아있는 우리가 우리 손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서 여기 나왔습니다. 여기에 계신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서 모이신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서, 또 세월호 관련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참 많이 보고 들은 것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착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이들을 살려내라' '어른들이 세상을 바꿔낼게' 등과 같은 구호들입니다. 희생된 학생들을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학생들이 죽기 전에 세상을 바꾸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이제라도 희생된 학생들 대신 어른들이 세상을 바꿔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구호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스스로 싸워서 이런 현실을 바꿔나가야 하는 건데 아이들 대신 어른들이 지켜준다는 말은 주체가 객체에게 하는 말이고 그 당사자인 '아이들' 스스로 지칭할 수 없는 말입니다. 누가 누구를 위해 대신 싸워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데 이 구호를 쓰면 그럴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구호는 학생이 아닌 희생자들을 밀어내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번 참사에서 먼저 말씀드렸던 구호들을 쓰면서 학생이 아닌 희생자들과 유가족분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반말로 사과를 하는 일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스스로 싸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평등한 싸움을 통해 우리가 바꿔냅시다.
* 이 글은 5월 18일 청와대 만민공동회 때 발언한 내용입니다.
덧붙임
이응이 님은 청소년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