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진보 교육감 취임 이후에도 인권이 교문을 넘어 학교로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010년 들어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고 4개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지만, 그러한 지역조차-어느 인권운동가의 표현대로-학생인권이 교문 사이에 껴버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년 동안의 전북지역 학교와 교육청의 상황도 유사한 것 같다. 전북학생인권조례가 네 차례의 도의회 부결 끝에 작년 6월 25일에 제정되고 조례와 상관없이 교육감이 인권 친화적 학교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학생인권 보장의 한계 역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도 체벌금지 및 두발자유 등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시대인데 교육과정에 체벌이 있느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지만 전북 지역부터가 적지 않은 학교에서 체벌이 이뤄지고 있고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고창군의 모 중학교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체벌동의서를 받아오게 하고 학생을 체벌했으며, 전주의 한 중학교에서도 일부 교사들이 청소도구 등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체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 강사들의 의견을 보면 적지 않은 학교에서 체벌이 횡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무효소송만큼이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하게 하려는 이러한 일들에 전북교육청도 대응하고 있고 조만간 인권옹호관이 생길 예정이지만 체벌이 멈춰지기 위해선 갈 길이 남은 것 같다.
교육청의 행정처리 과정에서도 뜨악한 일들이 교육의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글을 쓰며 문득 먼저 떠오른 것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병영체험이었다. 2013년 6월 전북교육청에서는 가족공동체 의식 및 ‘우리’라는 공동체의식 함양 등을 목적으로 학생·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병영체험캠프를 추진했었다. 2012년에도 임실지역의 모 초등학교가 인근 군부대와 함께 학생들의 무기 전시와 관람, 모의 사격 훈련을 하고 이를 임실 관내의 학교들로 확대하려고 했다. 지역 사회의 비판 여론으로 인해 이런 일들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위배되는 일들이 지속되는 것에 씁쓸함을 느꼈다. 나중에 듣기로는 해당 부서의 책임자들의 전결처리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보 교육감이 만들어져도 인권 친화적 교육행정이 되는 건 쉽지 않음을 절절하게 느꼈던 사례였다.
한계점들을 먼저 말하기도 했고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의 말처럼 청소년인권의 입장에서 ‘진보’ 교육감은 없다 할지라도 6월 교육감 선거 결과는 학생인권 보장과 확대를 위한 촉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전국적인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게 인권 우호적 시민·단체들과 함께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 봐야할 것 같다. 물론 전북에서도 학생인권조례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 위한 일들을 찾고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막연하지만 그 끝에 학생들을 비롯해 비청소년들이 학생인권의 주체가 되어 적나라한 인종주의인 학생인권 반대 세력과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뒤숭숭한 꿈이 끝나고 한여름 밤의 시원한 바람이 시작되길 기대하는 것처럼.
덧붙임
채민 님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