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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파장? 파장!] 고문이 판치는 교도소, 해결책은?

수용자에게 인권위는 없다

“턱에는 물집이 잡히고 터져 피딱지가 말라붙었고, ‘쇠사슬’을 명치로 바짝 올려붙여 꽉 졸라맸을 땐 숨을 못 쉬고 내장이 조여드는 끔찍한 통증으로 자리에 선 채 몇 시간 동안 “살려 달라”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구속된 조익진 씨가 서울구치소에서 당한 일이다. 사실상 고문을 당한 조 씨는 구치소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30여 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이다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는 왜 이런 고문을 당해야만 했을까?

7월 17일 제헌절 날, 그는 ‘감옥인권 보장,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두 번째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마침 이 날 구치소 고위 간부인 보안과장이 사동을 순시하고 있었다. 조 씨는 과장에게 소측이 지난 6월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용자들에게 거실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생활하도록 보장하고 하루에 세 번 있는 점검 시간에도 같은 복장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따졌다. 과장은 애매모호한 말만 남긴 채 쓱 지나갔다. 그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앞서 18일 동안이나 단식투쟁을 벌였던 조 씨는 울분이 솟구쳐 올랐다. 과장의 등 뒤에 대고 구호를 몇 번 외쳤다. 그러자 기동순찰대(C.R.P.T) 교도관들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여섯 명의 교도관들은 그를 복도로 끌어내더니 사지를 붙들어 징벌조사실로 끌고 갔다. 완강하게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징벌조사실에 끌려 온 조 씨에게 수갑과 머리보호장비, 금속 허리보호대와 다리보호대, 일명 ‘보호장비’라는 것들이 잔뜩 채워졌다. 교도관들은 무려 30시간 동안 장비의 압박 강도를 높여가며 “식사하고, 생활 잘하면 풀어주겠다.”, “바깥에 알리지 말라”면서 협박을 일삼았다.

소측은 조 씨가 징벌조사실 입실을 거부한 채 20여 분 동안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채웠다고 강변했다. (그들은 ‘보호’를 이런 식으로 하는 모양이다.)

서울구치소만 이런 게 아니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춘천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정설교 시인,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인터넷 논객 강영준 씨도 몇 달 사이 비슷한 고문을 당했다. 그나마 인권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후원하는 양심수들이 이 정도면 다른 이들은 어떨까?

교도소 내 가혹행위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사건

▲ 교도소 내 가혹행위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사건


뒷걸음치는 감옥인권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대 청년 이 아무개 씨는 작년 11월 10일, 감기 기운이 있어 거실 안에 잠시 누워 있는데 기동순찰대가 출동해 다짜고짜 관구실로 끌고 갔다. 끌려 간 곳은 CCTV도 없는, 관구실 안의 조그만 방. 교도관들은 팔을 뒤로 꼬아 수갑을 채운 후 포승으로 그의 몸을 의자에 단단히 묶었다. “씨발 새끼야 니가 어쩔 건데”, “눈깔아 이 새끼야”하고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더니 주먹이 날라 왔다. 영문도 모른 채 폭행을 당하고 징벌조사실에 갇힌 이 씨는 너무나 억울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겠다며 담당 교도관에게 볼펜과 종이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교도관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기동순찰대(C.R.P.T)가 또 다시 출동해 관구실로 끌고 가더니 수갑과 금속 허리 보호대를 채워 놓고 24시간 동안 별별 협박을 다했다. 이 씨는 어떤 교도관이 어디를 어떻게 때렸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목사인 그의 부친도 화상면회를 하다가 아들의 얼굴과 손목에 드러난 멍 자국을 확인했다. 적어도 면회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은 어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과 검찰은 시간만 질질 끌면서 증거 확보도 않더니 몇 달 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린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몇 년 동안 교정행정의 퇴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고문과 폭행이 난무하는 감옥은 수용자 인권이 군사독재 시대로 퇴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름대로 상황을 분석해 보면 이렇다.

첫째, ‘보호장비’를 이용한 고문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법 규정 자체가 문제다. 2007년 형집행법이 개정되면서 이름만 ‘계구’에서 ‘보호장비’로 바뀌었을 뿐 종류는 4가지에서 8가지로 늘어났고 사용요건은 더 느슨해졌다. 특히 “위력으로 교도관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때”라는 규정(형집행법 제97조④항)이 추가됐는데 어느 정도를 ‘위력’으로 볼 것인지, ‘정당한 직무집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교정본부 통계를 보면 사용 건수가 2009년을 기점으로 줄어들다가 2013년부터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남용을 금지하기 위해 법에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되어야 하고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제99조)는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고삐 풀린 고문의 준동을 막지 못한다.

두 번째, ‘강제력 행사’와 ‘보호장비’가 남용되는 과정에는 기동순찰대(C.R.P.T)가 개입돼 있다. 2009년 교정본부는 ‘수용질서 확립 원년의 해’로 만들겠다며 전국 각 교도소에 무술 유단자와 조사전문교육을 받은 교도관들을 뽑아 기동순찰대를 만들었다. 교도소마다 3명 이상씩 편성하라고 돼 있지만 갈수록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전투화를 신고 명찰도 없이 시커먼 군복 차림을 한 이들이 사동에 나타나기만 해도 수용자들은 공포심을 느낀다. 그들은 ‘교도소 안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수용자들의 사소한 일상까지 감시하고 단속하지만 법적 근거는 미약하다. 교도관의 직무에 관한 사항은 대부분 <교도관 직무규칙>에 명시돼 있지만 기동순찰대 직무 사항은 수용자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계호업무지침>(법무부 훈령 818호)에 규정돼 있다.

세 번째, 처우개선이나 권리구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징벌과 고문을 당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수용자들의 권리 구제 수단은 대부분 빈껍데기가 되었다. 법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 청원은 99%가 기각된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은 실효성이 없어진지 오래다. 소장 면담도 법 개정 이후 수용자들이 신청을 하면 대부분 부하 직원들이 대리한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려 웬만한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수단들마저도 협박과 회유에 의해 제지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권리 구제가 좌절된 수용자들은 우발적으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교정당국은 이런 행위를 ‘소란’으로 간주하면서 강제력 행사와 ‘보호장비’ 사용을 정당화한다.

네 번째, 문제의 발단은 교정당국이 ‘기초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수용자들의 일상을 군대식으로 통제하려는 데 있다. 형 집행법에 따라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규율”을 준수(제105조)해야 하고 시행규칙에는 수용자가 지켜야 17가지 규율(제214조)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기초질서’라는 새로운 규율이 추가되었다. 교정본부는 ‘기초질서’를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용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위”라고 정의한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개념인데 이것 역시 수용자들이 볼 수 없는 <계호업무지침>에 규율로 정해 놓았다. 대부분의 교도소에서 세 번 걸리면 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삼진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징벌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떤 행위를 단속하고 있느냐다. 거실에서 수용자가 벽에 기대고 앉아 있거나, 서서 창밖을 바라보는 행위, 거실 벽면에 허가된 부착물 외에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붙이거나 문화 공연을 보러 가서 다리를 꼬고 앉는 행위 같은 게 모두 단속 또는 징벌 대상이 된다.

수용자들도 인간인데 인간이길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자의적인 통제에 반발과 저항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제대로 된 교정행정이 이루어지려면 과도한 통제와 감시가 저항을 낳고 당국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징벌과 고문, 폭행을 일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무얼 하고 있나

많은 수용자들이 우리 같은 인권단체로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들을 보내온다. 그러나 법적 권한이 없는 우리는 폐쇄적인 교도소 담벼락에 막혀 진실에 근접할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교정당국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반대 증인을 수십 명이나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옥에 들어가 직권조사를 벌일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즈음 수용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진정이 들어오면 책상에 앉아 서류만 받아 보지 말고(그것도 한참 후에), 인권침해 현장에 들어가 권한을 활용해서 증거를 확보하고 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해 고문과 인권침해의 실상을 밝혀달라는 거다. 무조건 수용자들의 편을 들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것도 못하겠다면 문을 닫아 버리던지.
덧붙임

이광열 님은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