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과 함께 진실을 밝히는 투쟁 끝에 한 달이 지나서야 그의 장례를 치렀다. 한 달 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영안실 시신보관소에 있던 그의 이름은 ‘명서동 중국인’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사망 이후 가족이 찾아와 신원확인을 마친 상태였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명서동 중국인’으로 남아있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단면이다.
그림자가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사망을 기억해야...
언론에 보도되는 여러 사고 소식 속에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림자처럼 없는 존재 취급을 받는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다가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희생된 중국 동포와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죽어서도 설움을 당하게 될 형편에 놓였다. 화재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공사에는 이주노동자 17명이 마무리 작업에 투입됐으며 이 가운데 중국 동포 13명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1명 등 모두 14명이 희생됐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관련기사)
‘2010년 금양호 침몰 실종 노동자 중 인도네시아 선원이 2명...’
‘2012년 10월 31일 대불산단 내 원당중공업에서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업체인 (유)민주ENG 소속 여성노동자와 베트남 이주노동자 1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13년 2월 3일 경기도 화성의 한 금속 가공 공장에서 불이 난 것은 새벽 0시쯤, 숙소에서 잠을 자던 이주노동자 11명 가운데 베트남 남성노동자 2명이 불길을 피하지 못해 숨졌다. 건물과 숙소 모두 스티로폼 소재가 포함된 샌드위치 판넬 건물이어서 불이 순식간에 번졌다.’
국내 이주노동자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보니 사고가 많다. 한 해 평균 이주노동자 100여 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 일주일에 2명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재해율 또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해 노동현장에서 산재를 당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무려 6,000여 명에 이른다. 한국인 노동자의 재해율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에게도 건강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는 건강할 권리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다치거나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업장 변경의 권한을 사업주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언어장벽, 관련 법/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함, 실직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더욱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설사 산재신청을 한다 해도 법적 공방에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받았을/받아야 할 기본적인 보상이나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 해 전 금속사업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 형의 주검을 찾으러 왔던 동생의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죽었는지,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보상금 먼저 이야기하는 사업주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비슷한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 비단 이주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더더욱 사람이 아닌 경제적인 도구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존엄과 인간의 권리는 여지없이 박탈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또한 이 땅의 노동자,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이주노동자를 불안정한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누구의 시선으로,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권의 문제는 확장되어 가지 않을까?
덧붙임
이은주 님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