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참사 당일에 벌어진 일을 복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4.16연대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추진하며 인권으로 4.16을 기억해보자고 제안한다. 기억은 행동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행동이 되어야 한다. <인권오름>과 <프레시안>에 매주 공동 게재되는 연재기사가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글 시작에 앞서 4.16 인권선언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에 함께 참여하기로 신청해놓고 그동안 회의자리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해 이제야 지난 회의 속기록과 제안문 등을 읽게 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을 해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스스로 답답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도록 사위와 손자를 찾지 못한 베트남 유가족분들이나 천금 같은 막내동생을 떠나보내고 그 아픔을 잊지 못하는 중국 동포 유가족분들을 만날 때 여전히 4월 16일 참사의 그 날에서 시계가 멈춰있구나 하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그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 불안정한 통역 지원이나 이후 각종 제도에 대한 정보 접근의 어려움, 그리고 이주민으로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등 다양한 형태로 이주민 유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4.16 인권선언은 그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작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제안문의 4가지 원칙 중 평등의 원칙에 대한 것으로 다음과 같이 담겨있다.
제 2조 평등의 원칙
차별은 존엄성 훼손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다른 누군가에 비해 가치가 덜하거나 더한 존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등한 사회가 안전하고 불평등한 사회는 위험하다. 근원적인 평등이 안전을 위한 길이다. 어떤 국적, 신분, 지위, 나이, 성별 등을 가진 사람이건 재난의 예방, 구제, 사후조치의 모든 단계에서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차별은 존엄성 훼손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다른 누군가에 비해 가치가 덜하거나 더한 존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평등한 사회가 안전하고 불평등한 사회는 위험하다. 근원적인 평등이 안전을 위한 길이다. 어떤 국적, 신분, 지위, 나이, 성별 등을 가진 사람이건 재난의 예방, 구제, 사후조치의 모든 단계에서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후 수많은 토론을 거쳐서 완성될 4.16 인권선언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 바로 며칠 전 네팔에서는 7.9 규모의 대지진으로 인해 이미 수천 명의 사상자와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끔찍한 참사가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에 살고 있는 여러 이주노동자들이 모금에 나서고 각자의 언어로 네팔을 위해 마음을 모아달라는 웹자보를 만들어 SNS에 올리고 있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세월호를 기억해달라는 다양한 언어의 웹자보가 만들어지고 안산 합동분향소에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다녀간 것과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평등의 원칙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재난과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평등해지는 것이야말로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5월 9일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 2차 원탁회의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함께 가슴 아파하고 유가족 통역 등을 지원했던 이주노동자 활동가와 함께 참석하고자 한다. 이후에는 여러 이주노동자 공동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평등한 사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인권선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인권선언은 제정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인권선언 제정과정의 시작은 바로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수많은 구성원들에게 인권의 언어를 되돌려주고 자각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여야 한다. 혹자는 한가하게 인권선언을 만들 때가 아니라 더욱 행동을 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어, 국적, 피부색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목소리조차 쉽게 낼 수 없었던 이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인권선언이야말로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튼튼한 뿌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4.16 인권선언이다.
덧붙임
박진우 님은 이주공동행동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