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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청와대 보도통제, 세월호 당시의 언론참사의 실체

<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중략…지금 이렇게 중요할 땐 적극적으로 좀 도와주십시오. 적극적으로 이렇게 지금 일적으로 어려울 때 말이요. 그렇게 과장해가지고 말이야.”(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아니, 무슨 과장을 해요, 과장을 하긴요? … 중략… 그걸 비난한 이유는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고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또 기대를 하는 것도 있는 것이고. 해경은 국민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닙니까, 경찰인데. 네, 승객 안전문제 생각해야죠. 몇 명 탔는지 파악하고 그 배가 50도 정도 기울었다면 무조건 탈출시키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거지요. 그걸 갖다가 선장 네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면 안 되죠.”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4년 4월 21일 공영방송인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9시 뉴스에서 첫 번째로 배치한 "사고 초기 해경, '언딘' 때문에 군 투입 못해"라는 기사가 해경의 책임을 강조했다며 문제 삼았다. 4월 30일에도 전화를 해 “그래 한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해경이 해군을 통제한 것을 수정해달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통제가 아니라 읍소라고 했다. ‘도와줘’라는 표현을 썼다고 통제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할까? 당신에게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화를 한다면, 그와 당신이 친하다고 해도 정부의 책임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것은 사적 요청일 수 있을까?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서 표현을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정정요청일 수 있나? 당연히 아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통제

최근 정운호 게이트로 알려진 사건처럼 판사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판사에게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화변론 등이 부당변론인 것과 같은 이유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시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듯이 언론의 독립성이 시민의 알권리와 진실에 대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 방송법 4조(언론의 자유와 독립) 2항에서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일상적으로 이런 일을 했을 가능성이다. 이정현 의원이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인 업무라고 변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가 일상적으로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개입한 정황은 분명하다. 최근 길환영 전 KBS 사장 해임제청 무효소송에 관한 법원의 판결에서도 사장과 정부가 보도개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말로 청와대의 보도통제를 개인의 일탈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게다가 KBS 사장을 결정하는 KBS이사회는 여야 추천이사 비율이 7대4로, 정부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냥 친분으로 전화한 것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비슷한 사건은 이정현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일 당시에도 있었다. 2013년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관련 기사보다는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강조해달라고 했다. 청와대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도통제다.

보도통제는 군사독재시절의 여론 조작 방식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가 폭로로 알려졌듯이 당시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은밀하게 보도 가능과 불가, 절대불가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 보도방향과 내용, 형식, 기사의 크기까지 구체적으로 담은 ‘보도지침’을 내렸다. 지금은 문서화된 보도지침이 수시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렇게 권력자의 전화로 언론보도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정권시절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이메일로 “용산참사로 빚어진 경찰의 부정적 프레임”을 바꿀 절호의 기회라며 “촛불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해”달라는 ‘군포연쇄살인범 홍보지침’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내기도 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KBS라디오 방송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원했다는 단신을 보도한 기자를 라디오 2국장이 직접 하차시키기도 했다.

2014년 5월 12일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언론노조 등은  정부기 세월호 사건에 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도통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출처-참세상)

▲ 2014년 5월 12일 인권단체연석회의와 언론노조 등은 정부기 세월호 사건에 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도통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출처-참세상)


세월호 참사, 언론참사

보도통제는 단지 여론의 왜곡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의 보도통제는 세월호 참사에서 큰 비극을 낳았다. 4월 16일 방송에는 고장난 화면처럼 계속 헬기가 뜨고 있고 KBS뉴스에서도 ‘투입된 경비함정만 81척, 헬기 15대가 동원됐고, 200명에 가까운 구조인력 등 육·해·공이 총동원돼 하늘과 바다에서 입체적 구조 작업을 벌였다’ 고 했다. 하지만 실제 투입된 수중 수색 인원은 16명이었다. 일분이초가 아까울 정도로 급한 상황에서 가용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한명이라도 구해야하는 상황임에도 구조하고 있는 것인양 언론이 왜곡해 골든타임을 놓쳤다.

청와대의 보도통제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전화가 전부가 아니다. 2014년 4월 30일 언론보도로 밝혀졌듯이 청와대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4월 17일, 각 정부부처에 세월호 관련 SNS 대응지침을 하달하고, 각 부처와 공공기관 SNS를 통해 유언비어 및 악성댓글 자제 메시지를 전파할 것을 요구했다. 4월22일 해양경찰청은 “일부 SNS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간인 다이버 참여기회 제한'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 사고해역에는 700여명의 해경, 군 특수부대, 구난업체 전문잠수요원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남겼다. 4월 28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과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대응보고’라는 문건을 통해 담당부서에 방송사 조정 통제 및 방송 오보 적시 대응 임무를 하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팽목항에서 정부에 구조를 요청한 참사 피해가족들이나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언론보도와 구조상황은 너무나 달랐다고 했다. 내가 참사 피해가족들에게 기다리라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않던 정부의 구조 방기를 알게 된 것도 인터넷으로 현장에 가있던 팩트 티비 등의 방송이었지 공영 방송이나 종편 방송이 아니었다. 심지어 여러 명의 가족들이 증언했듯이 4월 17일 새벽 기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바지선을 타고 찍은 장면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조그만 배 몇 척만 있고 이(세월호) 주위만 빙글빙글 도는 것”을 함께 봤지만 당시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듯 지켜야할 최소한의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은 ‘언론 참사로’ 정부의 구조를 강제할 최소한의 여론도 만들지 못했다.

사실 세월호 참사가 언론 참사인 이유는 단지 청와대의 지시나 보도통제에만 있지 않다. 청와대가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요청하는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을 왜곡하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데 함께 했기 때문이다. 보도경쟁과 윗선을 눈치보면서 유족의 보상문제나 생존학생의 특례입학을 과장하고 왜곡한 것은 종편 방송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한 언론은 몇이나 되는가.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지킨 이는 얼마나 되는가.

언론인들의 양심선언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진실들이 양심선언으로 나와야 한다. 보도통제가 KBS에만 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거나 4대강 보도를 통제했던 것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언론자유의 투사는 아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을 드러낸 그의 폭로로 청와대가 어떻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는지는 드러났다. 그러나 아직 알려지지 않는 진실이 더 많다. 이제 더 많은 언론인의 양심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용기낼수 있는 분위기와 실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조직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언론통제의 실체를 밝히고 공영방송이 권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먼저 헌법과 방송법을 위반하며 보도통제를 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을 의원직에서 사퇴시키고 법의 심판대에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