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주일엔 한 번씩은 북 콘서트를 하러 지방에 내려갑니다. 여러 인권활동가와 작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작업한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이 1월에 출간되었기 때문이죠.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들의 가족 13명을 인터뷰한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사랑하는 아이와의 추억과 가족들이 팽목항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청와대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국회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삶, 달라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들어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책을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전국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있으며 작가들과 유가족들은 거기서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빡빡한 활동으로 시간이 없어 북 콘서트를 가기 전에는 제 마음이 분주하지만 다녀오면 마음이 풍족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유가족들이 북 콘서트에 온 사람들을 믿고 속 얘기를 마음껏 하고 나서 얼굴이 펴지는 것을 볼 때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죠. 북 콘서트는 그 믿음을 확인하는 자리인 거 같습니다. 함께 들어준다는 것은 다른 이에게 전한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그 이야기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사회적 말하기와 사회적 듣기의 단초가 되는 기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었던 여러 사람의 경험을 담았을 뿐 아니라 북 콘서트를 하면서 그런 자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 사회적 말하기와 듣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함께 무엇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는 데다가 무엇을 나누기 위해서는 가끔은 여러 사회적 규범을 깨뜨려야 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사회적 말하기를 통해 많은 것들이 공론의 장에 들어오고 세월호 참사가 낳은 여러 비극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이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북 콘서트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그/녀들의 마음과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한다면 이 참사가 얼마나 비극적인가와 이웃인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사람들 피부에 와 닿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사회적 말하기와 사회적 듣기의 장소가 되는 콘서트는 유가족에게도 힘을 주고 저에게도 힘을 줍니다. 세상에는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힘을 받습니다.
그리고 안식년에 시작한 구술기록활동으로 두 권의 책 <밀양을 살다>(오월의 봄),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이 나왔기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쉬는 동안 시작한 기록활동에 매력도 느끼고요. 그래서 올해는 다른 기록활동을 한 작가들, 인권활동가들과 함께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라는 모임도 만들어서 구술기록, 인권기록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습니다. 구술사는 공식기록-역사에서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해온 인권활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없었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차단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녀들과 함께 권리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같이 싸우는 것이 인권활동이었으니까요.
사실 따지고 보면 역사서술이 객관적이라고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진실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있을 수 있는 여러 진실이나 사실 가운데 역사가는 최선을 다해서 유력한 진실을 추구하지만 그것은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생산된 제한된 기록일 뿐이니까요. 반면 구술기록은 구술자가 자기 경험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말로 이야기함으로써 사료에 담기지 않은 기록을 남깁니다. 그러한 기록은 구체적인 여러 색깔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 구술기록활동은 매력적이지만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에게 과제입니다.
또한 구술기록은 주류사회에서 소외되어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 집합기억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일한 공간적‧시간적 경험을 가진 집단이 보유한 집합기억, 소외된 집단의 목소리를 담음으로써 다른 역사를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탕 바슈엘이 “역사적 기억이 역사가들의 단선적이고 한목소리를 가진 역사서술이라면 집합기억은 복수적 성격과 여러 목소리를 가진 특성”이 있다고 한 것이겠죠. 인권활동을 하면서 집합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많이 있습니다. 집합기억을 기록하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구체적으로 형성하기에 인권운동의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시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기도 하니까요.
끝으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많은 사람이 참사피해 유가족, 실종자 가족, 생존자 가족의 말에, 그/녀들의 삶에 많이 귀 기울여주시기를 바라며 이만 편지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