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동안 새롭게 했던 작업이 구술 작업(기록활동)이었다. 『밀양을 살다』(오월의 봄)를 함께 펴낸 계기는 밀양에서 할매들이 경찰과 용역들에게 꼼짝없이 모욕을 당했을 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인권활동가, 여성학자, 시민, 기록노동자, 르포 작가 등이 비슷한 마음으로 모였다. 공동작업이 잘 이루어진 탓에 그 중 몇몇 사람들이 부산 형제복지원 구술 작업을 시작했고,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 대한 구술 작업도 뒤늦게 시작했다.
사실 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엄청난 고통과 미안함으로 며칠 밤을 못 잤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왜 인권활동가인 나는 진도에 내려갈 생각을 못했는지’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특히 진도에서 청와대로 가겠다는 부모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들이 막았을 때 인권활동가로서 정치적 책임을 느꼈다. 그들 옆에 미약하나마 인권활동가들이라도 있었으면 저렇게 대놓고 구조작업을 미루지는 않았을 텐데, 저렇게 부모들이 걷는 것을 경찰이 막지는 않았을 텐데……. 많은 인권활동가들이 그랬겠지만 재난에 있어서 인권운동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였으니까. 그래서 시작한 활동이 ‘청와대 만민공동회’였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발적 개인들이 모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일은 대중의 분노를 드러내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함께 했다.
그러던 여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엄마의 미소 띤 표정을 보며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들을 인터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둔 여름에 단원고 희생자 부모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과 시민선전전을 하고 있던 때였다. 여름부터 가족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던 때였다.
처음에 난 세월호 구술 작업에 함께 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의 경우는 26년 전의 사건이지만, 세월호는 방금 일어난 사건이라 잘못하면 상처가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도 했다.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유가족 일을 챙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도 눈물로만 24시간을 보내는 ‘전형적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는 성찰을 했고 그/녀들의 고통과 사랑을 기록해야겠다는 의무감과 작은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나는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 작가기록단’(이하 작가기록단) 활동을 하며 광화문과 청운동, 국회에 있는 가족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터넷 매체에 기사로 틈틈이 전했다. 가족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빛깔을 보였으며 나에게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주었다. 그리고 몇 분은 책을 내기 위한 인터뷰를 했고, 그게 얼마 전에 『금요일엔 돌아오렴』(창작과비평)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함께 고통에 직면하는 책읽기,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13명의 가족들이 겪은 4월 16일 참사가 일어난 팽목항에서 국가가 한 일들과 그 후 국가가 한 일들을 기록한 책이자 가족들이 어떻게 국가와 싸우고 시민들과 손을 잡으며 고통을 나눴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가 얼핏 들었던 국가의 방조, 아니 국가가 숨지게 한 304명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그 부모들과 동생들, 언니들은 어떻게 아파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글이다. 그것은 참사로 뭉뚱그려진 추상적 고통에 살을 붙이고 뼈를 세워 피가 도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임을 모두가 확인하는 기록이다.
그래서 읽는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다시 고통에 빠져들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애도가 길어야 한다”는 자크 데리다의 말이 아니더라도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실린 희생자 부모들의 이야기는 그/녀들의 싸움이야기이자 사랑이야기이며 성장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가폭력은 남의 일이라 여겼던 그/녀들이 참사를 겪으면서, 시민들과 함께 진실을 규명하려고 하면서 만나게 된 세상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다면 하고픈 일들 다 하게 해줄 것이라는 자조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위치가 얼핏 보이기도 하며, 언론이 어떻게 허위보도를 하는지를 낱낱이 보여주면서 어떻게 가족들이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밝혀야할 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함께 읽는 일은 잊지 않겠다는 마음의 작은 실천일 수 있다. 그래서 전국에서 북콘서트를 하며 가족들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1월 29일 안산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2월 5일 서울 북콘서트, 2월 9일 대구 북콘서트, 2월 28일 광주 북콘서트, 3월 3일 옥천 북콘서트, 3월 14일 고양/일산 북콘서트, 3월 16일 북 콘서트가 준비되고 있다. 특히 안산은 가족들이 북콘서트를 안산에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강한 의사를 표현해서 작가기록단이 준비하게 됐다. 사랑방 활동 때문에 안산에 갈 일도 많은 터이니 힘을 약간 보태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도 준비팀을 했다. 원래는 가족들과 조촐한 북콘서트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의 콘서트여서 며칠 밤을 샜다. 진행을 맡았던 박혜진 아나운서, 가수 정민아, 이은미 모두 고마웠다. 특히 장염에 걸려 몸을 세우는 것도 힘들었던 이은미는 두 곡이나 노래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콘서트에 왔고 콘서트에 왔던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이 북콘서트가 따뜻했고 푸근했다는 말을 전해줘서 뿌듯했다.
2월 13일에는 《만화가들과 광장에서 함께 읽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광화문 광장에서 한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삽화 작업에 참여했던 만화가인 최호철, 손문상 외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희생자들을 그리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함께 했던 박재동 화백이 이야기 손님으로 나온다.
함께 고통에 직면하며, 광장에서 고통을 딛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함께 한 걸음 내딛었으면 좋겠다. 고통스러워 외면하거나 회피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는 책읽기이지만 그것이 어쩜 작은 걸음이지 않을까.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콘서트에 초대합니다.대구_2월 9일(월) 저녁 7시, 아트팩토리 청춘성남_2월 27일(금) 저녁 7시, 주민교회광주_2월 28일(토) 오전 10시 반, 5.18기념센터 대동홀옥천_3월 3일(화) 저녁 7시, 옥천성당창원_3월 5일(목), 시간 장소 미정강릉_3월 7일(토) 시간 장소 미정춘천_3월 12일(목) 저녁 7시, 강원대학교 강당고양파주_3월 14일(토) 오후 3시, 일산 동구청 대강당전주_3월 14일(토) 시간장소 미정부산_3월 16일(월) 시간 장소 미정순천_3월 17일(화) 시간 장소 미정거제_3월 18일(수) 시간 장소 미정천안_3월 20일(금) 오후 4시, 저녁 7시, 장소 미정제주_3월 27일(금) 저녁 7시, 장소 미정양평_3월 28일(토) 시간 장소 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