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지난 주말 서울은 정말 봄 내음이 물씬 풍겼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큰 벚꽃나무는 이미 만개를 했더군요.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도 벚꽃나무들이 많이 있는데 이곳은 아직 붉은 빛이 올라오기도 전인데 말이죠.

 

지난 3월 말 저는 흥미로운 기사를 봤습니다.

 

바로 새누리당 모 의원 딸의 대학입학과정에 대한 의혹보도였는데요. 일부 매체 외에는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언론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일까요?) 당사자가 의원이 아니라 그 자녀이고, 더욱이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어쩌면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이 사안에서 오고 갔던 여러 공방들은 뒤로 하고 저는 이슈가 된 제도 자체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바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인데요. 이 전형은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 우대 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된 제도입니다. 물론 시행되기까지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투쟁 하였습니다. 장애인들은 이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입학거부, 정당한 편의제공 미비 등으로 대학교육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심지어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입학거부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렇듯 기존 고등교육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장애인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선 저는 ‘평가’후 ‘선발’이라는 형식의 현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후 ‘선발’이라는 형식이 존재함을 전제 하고 이야기 하면,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의 ‘평가’와 ‘선발’ 과정이 기타 전형의 그것과는 또 다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여러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먼저 전공특성에 따라 장애인의 지원을 허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치밀하게 논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개인이 독단적으로 판단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합리적 기준과 근거 없이 지원을 제한할 경우 그것이 또 다른 권리 침해로 연결될 수 있기에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 기술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사라질 수 있고 사라져야하는 고민입니다.

다음으로 평가 방식이 실질적으로 평등한 방식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지원했는데 평가가 듣기로만 진행된다면 청각장애인은 올바로 평가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전형에 지원하는 개별 장애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 도구 및 평가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기술적인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심사위원들 간에 제도상으로 특정 정보를 공유하거나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애학생이 입학한 후에 학업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입학은 했는데 수업을 듣고 기타 대학생활을 못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겠지요. 이 경우 장애 당사자의 참여를 통한 적절한 방식도출의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도가 최초로 시행된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도는 성숙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학교 관계당사자들이 제도를 장애인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평가과정을 객관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모 의원 딸의 입학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이 경우는 앞서 제시한 고민거리 중 두 번째가 문제가 된다고 보입니다. 과연 실질적 평등에 입각한 평가 방식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건의 당사자 뿐 아니라 결국 응시한 다른 학생들도 합리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학교 측에서 ‘사전에’ 좀더 ‘철저하고 치열하게’ 전형을 준비 하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학교의 책임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입학 후 대학생활 과정도 지원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듯 학교에서 책임과 의무를 한번 다하지 않으면 여러문제가 파생됩니다. 하지만 이 사안에서 제기된 문제 중에 정작 면접 중 장애 학생 당사자에게 합리적인 지원이 제공되었는가를 이야기한 것은 본적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소리 소문 없이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요. 사실 저는 이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사라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제도는 한편으로 스티그마 효과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자유롭고 평화로워지는 날이 오면 가능성이 있을까요? 숙소 앞 벚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