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ㅊ
92년 대선 때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데 선거 벽보가 붙어있었다. 사람들 얼굴이 너무 웃겨서 얼굴에다 낙서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경찰이 삑삑 호루라기를 불었다. 뭔가 잘못한 거 같아서 정말 죽어라고 도망쳤다. 그땐 선거법이 뭔지도 몰랐고 벽보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도 몰랐다. 이번 대선에서도 포스터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포스터에 있는 사진은 그 사람을 너무 좋게 찍어놔서 얼굴을 바꿔놓고 싶었다. 뭐.. 지금은 선거법에 걸리면 안 되서 할 순 없었지만... 정말 사진들이 너무 사기이다.
바람소리
남자아이들이 어렸을 때 꿈으로 대통령을 많이 얘기한다던데 여자로 길러진 나는 대통령은 내 인생에 없었다. 그러다 운동을 하다보니 싸워야 하는 게 정권, 대통령이다. 20대에 술취한 나는 술집에서 나와 친구들과 함께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 외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디요
나는 실제로 대통령을 본적이 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대통령 직접 본 일이 뭐 놀라울 일일까 마는 실내에서 만난 대통령은 생각보다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 전파를 차단시키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와서 한마디 하고 가는 단순한 진행이었는데 입장부터 퇴장까지 전화기가 갑자기 안테나를 못잡는 사실에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맘에도 안들던 대통령 흉도 못보게 전파를 차단시킨다는 시실에 괜한 불만이 더 생겼었다.
정록
어느 나라에나 대통령이 있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통령 없는 나라도 많았다. 한번도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찍은 후보는 내가 투표한 투표소에서 4표를 받았더라. 나머지 3명 수소문해서 만나보고 싶다.
ㅁ
2012년 겨울 대한문에서 ‘함께 살자 농성촌’에 함께 하며 치렀던 대선은 각별했다. 농성촌에서 쌍용차, 강정, 용산, 밀양 등 투쟁현장의 당사자들과 함께 하며 정권이 바뀌면 전쟁 같던 일상에 한숨 돌릴 틈이라도 생길 수 있을 거라는 절박한 기대가 내게도 전해졌었다. 개표방송을 보다 박근혜의 당선확실 소식에 울컥하기도 하고 안달복달 못하겠어서 농성촌으로 갔다. 함께 개표방송을 보면서 욕도 하고 허탈하게 웃기도 하며 서로를 위로하는데 천막 바깥으로는 광화문으로 향하며 박근혜를 연호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멍하게 있는데, 문득 “2라운드다!”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명박 정권 초기 사랑방 상임활동을 시작했던 내게 지금까지는 1라운드였던 거고, 지금부터는 2라운드가 시작되는 거라고... 촛불이 열었던 이번 대선으로 정권은 교체되었고, (이명박근혜 정부와 비교했을 때) 이런저런 파격적 행보에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높은 듯하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환상을 품기에는 무수한 좌절과 배신의 경험이 뚜렷이 남아있기도 하다. 결국 우리가 바라던 변화가 그냥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묵묵히 단단히 우리의 자리들을 지켜나가야지 다시 새기게 된다.
세주
될사람이 되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첫 행보들이 아직까지는 좋은 것 같다. 대통령의 공약에 회사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그동안은 아마도 나의 생활에도 영향이 미치게 될 것 같아서 앞으로 5년은 어떨까 잠깐 생각했다. 회사가 공중분해되지 않을까?? 공식적인 공약 외에도 들리는 여러가지 썰에 귀가 쫑긋해지는 요즘이다. 이것저것 좋은 영향들이 나에게도 미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정책적이 아니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한 회사 분위기가 되기를...) 아! 투표할 때 칸 넘어갈까봐 고생했음. 긴장한 적은 처음이다. (확대투표용지를 제공하면 비밀투표가 안되서 안되겠지???)ㅋㅋㅋ
미류
대통령 선거가 일상으로 훅 들어왔던 기억. 87년 겨울, 동네에 벽보가 붙고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내게 김대중 후보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다. 2017년 봄, 동네 수영장에서 손주 봐주는 이야기를 하던 여성들이 심상정이 시원하게 말을 잘하더라며 TV토론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낯선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