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
올림픽 하면 강제퇴거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고, 마뜩치 않거나 내키지 않는 국제행사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반도 주위의 정세에 영향을 미치며 '평화올림픽'으로 급부상하는 것을 보니 어리둥절하다. 뭐든 하다 보니까, 화해할 핑계도 되는구나. 그렇다고 계속 해야 하는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에게 평화는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평등의 보장"임을 밝히며 투쟁을 선포했다고 한다. 올림픽은 모르겠으나, 평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디요
월드컵이라면 모를까 올림픽은 사실 어릴 때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종목은 너무 많은데 관심 있는 종목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주변 친구들 중에 아명, 별명이 호돌이가 참 많았다. 서울올림픽이 있던 시절 태어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 주변 어른들이 전부 호돌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진 것일까? 요즘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2018년 올림픽 기간에 태어난 자식을 '수호랑'이나 '반다비'라고 부르진 않을 것 같다.
세주
이번 기회에 새삼스럽게 느낀 게 올림픽 보다 정말 월드컵이 관심이 컸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올림픽 경기 한다고 막 챙겨보고 했던 기억이 없다. TV를 켜니 올림픽 중계를 해서 보게 되는 그런 수준? 이에 반해 월드컵은 학교 다닐 때도 새벽에 일어나서 TV를 틀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번 올림픽을 직관을 해볼까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너무나도 비싼 입장권 때문에 포기했다. 개막식도 그렇고... 지금 날씨를 보니 그 결정은 잘한 결정 같다. 암튼 올림픽의 뒤에는 항상 개발+강제퇴거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잘 안보이는데 생각해보면 그대신 환경운동 쪽에서 고생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국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땐 하이라이트를 열심히 보고 있을 것이다. ㅜㅜ
ㅁ
88올림픽 주제가였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는 내 노래방 18번이었다. ♬딴딴♪ 경건한(?) 분위기의 반주로 시작해 클라이막스인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부터는 화음까지 넣어가며 다같이 열창하는 게 좋았다. 화합된 분위기 속에 마무리하는 느낌이라 노래방 마지막 1분이 남았을 때 단골 애창곡이었다. 습관은 무서운 법, 10년 전 사랑방 자원활동을 하며 여러 단체들과 함께 주거권운동네트워크에 참여했던 때다. 하루 회의를 마치고 이어진 뒷풀이가 길어지면서 막판 노래방까지 가게 되었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꽤나 조용하게 지내왔었는데, 술기운도 올랐겠다 사람들을 일으켜 손잡게 하고 열창을 해댔다. 다음날 숙취와 함께 떠오른 생각, 앗! 어제 그이들은 반빈곤운동하는 이들인데! 하필 올림픽 주제가를 신나게 불러댔다니. ㅠㅠ 그때 그 얘길 가끔 할 때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참 화끈거린다.
아해
내가 기억하는 첫 올림픽은, 84년 미국 LA 올림픽이다. (이게 대체 얼마전이래~ >.< ㅋㅋ) 당시에 올림픽 마스코트가 왜 독수리인지를 알아내고선, "미국의 상징이 독수리니까 마스코트도 독수리 샘이야" 하고 아는 척을 하고 다녔던 것도 같다. (헐... 남의 나라 독수리 이름까지 알았으니 얼마나 뿌듯했을고...)
그리고, 이어지는 86 아시안게임, 88 서울 올림픽... 그렇게 징검다리처럼 계속 우리나라에 있을 것만 같던 것들이 갑자기 뚝 끊겼을 때에는, 뭔가 이상한 허전한 마음도 들었더랬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 올림픽 게임들을 치르기 위해 밀려난 철거민들, 올림픽으로 면피하고 그 생명을 연장했던 군사독재, 이런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조금 다른 느낌이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