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치공세의 일환인 인권결의안 유엔 총회 채택을 반대한다!
- 유럽연합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비판 -
지난 2일 유럽연합은 대북인권결의안을 사상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상정하였다. 현재 결의안 초안이 회원국 사이에 회람중이며 오는 17일부터 표결을 통해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의 대북인권결의안 유엔 총회 채택 시도는 인권을 정치적 도구화한 대북인권공세의 일환이다. 이에 진정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인권, 평화 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유럽연합의 대북인권결의안 상정은 명분도 실효성도 찾아 볼 수 없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첫째, 이미 지난 유엔인권위에서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그 이후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할 정도로 북 인권이 악화되었다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인권외교’를 빌미로 대북인권결의안을 또다시 강행하고 있다. 북은 이미 유엔의 4대 인권조약에 가입하고 국가 보고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으며, 결의안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이 채택된 3년간 유엔아동권위원회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 받는 등 조약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해 왔다.
둘째, 식량사정이 개선된 북의 변화된 현실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10여년 만에 식량배급을 정상화할 정도로 곡물생산이 증대된 북은 유엔에 식량지원을 개발지원으로 전환해줄 것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성원들의 규모 축소를 요청하였다. 농업생산이 증대된 북의 입장에서 임시방편적인 식량지원이 아니라 유엔개발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의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미 국제사회도 이를 독려해 온 것이다. 그러나 결의안 초안은 북의 프로그램 지원으로의 전환을 두고 식량 배급 모니터링을 불가능하게 해 분배의 투명성 문제를 일축시키려는 의도로 비방하고 있다.
셋째, 인권개선을 위한 북의 긍정적인 노력에는 애써 눈을 감고, 정치적인 대북인권공세에 대한 북의 거부 입장을 국제사회와 유엔에 대한 협력거부로 왜곡하고 있다. 북은 국제인권 4대 핵심규약 회원국으로서 성실한 보고서 제출 의무를 다해왔고, 각종 유엔기구 평양 상주 허용, 최근 년간 여러 국가와의 관계 개선, 형법개정을 통한 ‘죄형법정주의’ 보완 등 인권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즉, 지난 3차례의 유엔인권위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한 북의 거부와 특별보고관에게 협력하지 않은 것은 국제사회, 특히 유엔에 대한 전면적인 협력거부가 아니라 미국이 중심이 되어 벌이고 있는 인권을 빌미로 한 대북정치공세에 대한 거부였음을 명확히 구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엔에 대한 전체적인 협력거부로 해석하는 것은 객관적이지도, 공평하지도 못한 처사이다.
넷째, 북 인권 문제를 북만이 가지는 특수한 문제로 왜곡시키고 있다. 모든 나라에 인권문제가 있으며 북도 마찬가지로 해결해야 할 인권문제가 있다. 문제시 되고 있는 여성 인신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은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난한 나라의 여성이 생계를 위해 부유한 나라로 결혼, 취업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문제도 가부장성이 두드러진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이다.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분석과 접근이 결여된 결의안은 정치적 의도로 편집된 비방에 그칠 뿐이며 진정한 인권개선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일본, 영국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와 비윤리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가는 6자 회담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북미관계 정상화를 회피하고 대북적대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대북인권결의안의 유엔 총회 채택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납치자 문제가 해빙기를 맞는 시점에서 북이 보낸 납치자의 유골을 ‘가짜’라고 발표해 북일관계를 다시 대결로 치닫게 만들었다. 가짜유골 시비로 인해 납치자 문제는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고, 일본의 북에 대한 과거청산 문제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이는 일본의 우익 정치세력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주는 계산된 행태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이번 5차 6자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의제와 거리가 있는 인권실무회담 설치에 대해 미일 정부가 공조하고 있는 점에서 우익 세력들의 정치적 공세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또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일으킨 명백한 인권침해국이며 북에게 강요하고 있는 국제규약에 이들 역시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중성은 이미 지적해 온 점이다.
2. 우리는 인권을 매개로 한 대북정치공세인 유럽연합의 대북인권결의안 유엔총회 채택을 강력히 반대한다.
진정으로 북 인권의 증진을 소망하고 조금이라도 북 주민의 인권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식량난 발생의 근본원인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일차적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따른 경제봉쇄조치를 해제하는데 힘 쏟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지원하고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총회의 결의안 채택 이후 수순으로 안보리 상정이 공공연히 제기되는 지금의 상황은 결코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인권’을 정치적 도구화, 침략전쟁의 수단화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생존 문제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저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유럽연합의 결의안 유엔 총회 상정과 채택 움직임을 강력히 반대하는 바이다.
3. 또한, 한나라당과 수구보수세력의 냉전적 반북인권공세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고문과 조작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냉전시대를 주름잡은 이 땅 수구보수세력의 총본산 한나라당은 인권을 입에 담을 자격조차 없는 반인권 정당이다. 또한, 광주학살을 비롯하여 현대사 굽이굽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되는 역사적 사건에 침묵했던 보수언론과 각종 수구보수단체 또한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유럽연합이 대북인권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상정하자마자 정부당국에 찬성표결을 촉구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한나라당 결의안’에 열린우리당이 협조해준다면 쌀협상 비준동의안 본회의 처리에 협조할 것을 밝혔다.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프리덤하우스와 연계된 국내 보수반북단체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12월 초에 대대적인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하며, 이 과정에서 보수기독교 25개 단체는 유엔 결의안 찬성 촛불기도회까지 예정하고 있다.
지금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기운을 몰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한반도의 인권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는 냉전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대결을 선동하는 수구보수세력의 반북인권공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준동하고 있는 수구보수세력에 맞서 인권과 정의, 평화의 이름으로 싸울 것이다.
4. 마지막으로 유엔총회에서 정부당국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반대표결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정부는 유엔 인권위에서 대북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두루뭉술한 외교적 언사들을 반복하였고 표결에서는 ‘기권’으로 이 문제를 회피해왔다.
더 이상 한국정부는 북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북 인권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될수록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는 위협받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기로에 선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한국정부는 적극적으로 국제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정치적으로 오염된 대북인권결의안 유엔 총회 채택을 단호히 반대하고 남북 공동으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과 경로를 제시하여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인권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우리 인권, 평화단체들은 진정한 인권 증진과 이 땅의 평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5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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