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은 9월 15일 <임진강 황강댐 방류 사건 관련 논평>을 발표했다. 뭐가 그리 급했길래 적절하지도 않은 내용을 이례적으로 위원장 명의로 발표했을까.
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 당국이 “생명권에 대한 무시와 몰이해의 태도”를 보였다며, 남한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 당국에 대해 “이번 참사의 원인과 배경 및 그에 따른 책임을 따져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당국 간의 제도적인 방안을 포함한 합당한 조치를 위할 것”을 촉구했다.
현 위원장은 이번 논평을 통해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인권’에서 생명권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사고인지 의도적인 공격인지 논쟁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의도성만을 강조한 현 위원장의 논평은 북한과의 대결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이미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보수적 ‘북한인권운동’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떠올린다.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북한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면서 어떻게 인권 현실을 증진하겠다는 것인가. 남북 대결이 격화돼 한반도 평화가 흔들릴 현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위원장 논평이 ‘인권에 기반한 접근’인지 묻고 싶다.
무자격 현 위원장의 도둑취임 당시부터 이 대통령은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그간 국가인권위는 다른 분야보다 ‘북한인권’ 분야에 대한 예산을 꾸준히 늘여왔다.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때에는 말 한 마디 없던 국가인권위가 때마침 위원장 논평을 통해 북한 당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고-그것도 부적절한 내용으로- 남북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국가인권위법 제4조를 통해 관할대상을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 명확히 하고 있어, 북한지역과 북한의 국가기관은 국가인권위의 관할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나 권고는 하지 않아 왔다.
이번 사망 사건의 불행한 시작은 고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서 출발한다. 남북관계가 원활하던 2003년, 2005년 등에 는 북한이 그해 임진강을 방류하기 전에 남측에 통보할 것을 약속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러한 약속은 모두 유야무야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적으로 남북 대결을 조장한 이명박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도 표시하지 않은 점은 정말 유감이지만, 국가인권위가 “따져 물어야” 할 대상이 북한 정부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동안 국가인권위는 북한의 인권 현실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차분히 모색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 왔다. 하지만 이번 논평이 현 위원장 체제 이후 ‘북한인권’을 핑계로 보수세력과 손 잡고 북한을 공격하는 정치적 활동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발 신호인지, 국가인권위에 대한 우려의 눈길을 거둘 수 없다.
2009년 9월 18일
인권운동사랑방
성명/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