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월 19일부터 상임활동을 시작한 전 돋움활동가 김일숙입니다.
올해 인권영화제를 탈 없이 잘 치러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워, 고민하다가 상임활동을 결심했습니다. 작년처럼 돋움활동가로 영화제를 맡아서 해도 되겠지만, 상근하고 있으니까 이왕이면 상임활동가로 활동하면 서로 든든하고 좋겠다 싶었죠.
올해 인권영화제 준비는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해왔던 일정대로라면 1월에는 상영관과 영화제 일정이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영화제 장소를 새로 생긴 독립영화전용관(인디스페이스)으로 옮기려고 그쪽에 대관 신청을 해 놓았는데 이십여 일이 지나도 인디스페이스가 결정을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문제가 되는 ‘심의면제추천제도’가 발목을 잡은 거죠.
영화제는 여전히 심의의 대상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추천을 받으면 심의를 받지 않고 영화들을 상영할 수는 있습니다. ‘심의면제추천’이 상영관으로 가는 무임승차권 같은 거죠. 그러나 인권영화제는 ‘심의면제추천제도’도 사전 검열과 다를 것이 없다고 봅니다. 제도 권력이 추천을 하면서 심의를 받아야 할 것,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을 미리 재단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2008년 인권영화제는 거리에서 할 것을 각오하고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인권영화제는 길거리에서 피어난 생명력 넘치는 들꽃입니다.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사라지는 들풀과 들꽃과 들짐승만이 이 넓은 평원의 임자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인권영화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피어났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자랐습니다. 권력의 간섭과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을 것입니다. 인권영화제를 거리에서 하더라도 ‘인간을 위한 영상’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슬로건을 높이 들고, 구호보다 힘찬 영상을 펼쳐 보이며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진보의 길로 정진 할 것입니다. 스스로 사라지기 전에는 어느 누구의 영향력에 의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까요.
반가운 일은 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이 명성에서 철야농성한지 6일째인데, 매일 밤 7시에 시작하는 촛불문화제에 모여서 영화제 준비를 위해 마음을 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되겠지요. 사람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힘을 모아서 하면 되니까 걱정을 접어 두기로 했습니다.
후원인 여러분에게도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있겠죠. 늘 사랑방 소식만 전하다 보니 후원인들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 참 궁금합니다. 사랑방 집들이를 해도 송년회를 해도 오시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영화제에는 좀 더 많은 분들이 오실까요? 어떻게 잘 하면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을까요? 올해에는 더 많은 분들과 만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고 있습니다. 올 설날에 좋은 분들과 유쾌한 시간 보내시고 한 해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좋은 나날~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