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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산행(山行)




4월에는 “내 인생의 산행(山行)”을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답답한 날이면,
산을 본다.
집 베란다 창으로는 남산을 보고,
사무실에서는 북한산과 인왕산을 조각조각 본다.
건강을 위해 한달에 한번 산행을 결심하지만
대개는 산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얻을 때도 많다.
그렇더라고 내 인생의 산행을 떠올리면,
지리산 천왕봉에서 듣던 수녀님들의 합창이 그려지고,
월악산 갈대가 그립고,
한라산의 눈이 떠오른다.
산을 갈 수 없는 요즘
산 속 숲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충만함을 떠올린다.
너무 오래 산을 가지 못해서
이제 상상도 잘 못하겠다.
올 봄 꼭 어디라도 가야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승은)

산행을 자주 하지 않지만 그래도 산은 좋다.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하던데~하하.
학생 시절 산행을 자주 했는데
한번은 후배들을 데리고 겨울산을 오르는데
후배 한 명이 평상시 운동을 안해서인지
정상을 코 앞에 두고 다리에 쥐가 났다.
좀 쉬었다가 나아지면 그냥 내려가자고 했다.
그런데 후배는
기어코 올라겠다고 해서 정상까지 갔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혹시 후배가 나 때문에 힘든데 올라간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말이다.
산행은 함께 가는 것..그래서 서로를 알고 배려할 수밖에 없는게 아니던가.
(바람소리)

난 산을 빡세게 가는 것을 좋아한다. 7박8일, 14박15일, 두달...
중학교3학년, 후배한명과친구한명,
선생님한명이서 7박8일로 설악산을 갔었다.
눈은 지지리도 많이 와서 허리까지 쌓여있었다.
설피민국이라는 선생님아시는 분의 집에서
이틀동안 잠을자며 근처의 작은 봉우리들을 올라갔다 내려왔다.
신발끈은 얼었고, 코는 감각이 없어졌다.
방에 나무를 너무 태워서 방에서 연기가 나기도 했다.
하루는 대청봉 잠시 점거하고 내려오는길,
소청산장에서 사먹은 찰떡파이는 정말 돌아버리게 맛있었다.
일용한 양식을 10만원어치나 사갔으나 다 먹고
그 찰떡파이 하나로 우리는 하루종일 벼텼다.
물이 없어서 눈을 녹여서 라면을 끓여먹고,
여관에 숙소를 잡았는데
코펠의 액체가스가 바닥에 쏟아져서 불이 났던 일들,
포대깔고 썰매타다가 엉덩이가죽이 찢어진 사건,
눈속에 파묻혀 있다는 과일주를 찾아
새벽에 눈을 파서 술을 찾았던 일,
그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친구와 동생,
선생님과 설피민국 아저씨 앞에서 김광석의 외사랑을 불렀던 기억이다.
전화도, 전기도 없던 방에
손전등을 켜놓고 불렀던 노래,
그래서 요즘 자꾸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보다.
그리고 산에서 오랫동안 같이 산행을 하다보면
입에서"에이. 너랑 다시는 산에 안가" 이런 말들이 절로 튀어나온다.
산은 내 성질을 더러운것을 알려놓고
묵묵히 가만히 있는다.
(재영)

산행을 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산행하면서 별 생각을 안 해요.
그냥 산길을 따라 걷는 거죠.
산을 보고 나를 보고.
산길을 걷고 내 숨을 느끼고 가는 게 좋아요.
지구력을 키우려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없이 그냥 가요.
지나고 보니 지구력은 자기 자신을 잘 알면 더 커지는 듯해요.
지난 주.. 삼각산에 갔더니 땅에 물이 올랐더군요.
소나무 향이 샤르르 코끝에 닿는 봄바람이 향긋하고 싱그러워죠.
바빠도 4월에는 산행을 해야 해요.
그러면 1년을 평안하게 살 수 있어요.
새 봄 기운이 기억에 오래 남거든요.
(일숙)

지난 3월 20일 덕유산에 갔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쓰지도 않던 월차를 내고 산에 올랐다.
덕유산은 지리산에는 비할 바 아니라고 하지만
품은 넉넉하고 깊은 산이다.
산정에 다가갈수록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1,600미터 넘는 정상에서는 남으로는 지리산, 동으로는 가야산이 눈에 들어왔다.
산은 힘들여 올라야 제 맛이다.
시원한 공기 폐 속까지 마시며,
촉촉한 땀이 몸을 적시고, 그러고서야 설 수 있는 산정,
언제 몸이 힘들었나 싶게 기운이 솟는다.
이런 맛에 산에 가는 것, 올해 들어 몸이 참 힘들다.
자주 산을 찾아서 기운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언제 또 산에 오르려나.
(래군)

내 인생의 잊지 못할 산! 치악산!
고 2 겨울 때 친구들과 치악산 산행에 나섰다.
산을 좋아해 이전부터 여러 산을 탔었기에 조금은 겁을 상실했었나
정말 바보같은 짓을 했다.
무거운 캐빈형 텐트에 배낭을 이고지고 가서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는 잠 안자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아침도 안 먹고 산행이 금지된 길로 올라갔다.
평상시면 간단 산행이라도 오이랑 자유시간 등 최소한의 먹을 거리를 가져가는 데
그날은 정말 뭐가 씌었는지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체력으로 어느정도 올라갔지만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며 스을 체력이 바닥이 났다.
결국 그 뒤로는 10분 걷다 5분 쉬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정상이 얼마나 멀게만 느껴지던지.ㅡㅡ;;;
전날 저녁부터 먹은 것도 없이 비상식량도 없이
무작정 올라가는 데 정말 그냥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던 그 시간들.
너무 배가 고파 나무 뿌리 사이로 흐르는 물을 마셨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결국 정상에서 산악 관리원분께 엄청 혼났다.
하지만 그 분이 따뜻하게 타 준 미숫가루 한 잔을 마시며
다시는 그런 미친 짓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는^^;;
(초코파이)

나도 산 좋아하는데, 그러면 나도 인자? ^^;; 기억나는 산행은, 몇 년 전 겨울에 지리산으로 야간산행을 떠났던 거. 2월쯤이었나?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 오후에 오르기 시작했고 눈 쌓인 산길을 푹푹 밟으며, 잠깐잠깐 쉬면서 담근 술(복분자주였나?) 한 모금씩 홀짝홀짝 하면서, 이른 새벽에 천왕봉까지 올랐는데... 그때 조금 작은 등산화를 신고 열~~~쒸미 걸었더니, 조금씩 다리에 무리가 갔나봐. 백무동계곡 가파른 길로 내려오다가 오른쪽 무릎이 삐걱! 그 후로 긴 산행길은 피하고 있지. 오래 걸으면 무릎이 아파. 엉엉. 그리고 등산화도 새로 샀어. 산에서 '날으는 꽃돼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무릎 다치고 나서 참 속상했어. 그래도 하얀 눈밭이 별빛에 반짝거리던 그 때를 잊기가 어려워. 참 좋았어요. 헤헤. (미류)

중학교 2학년 겨울에
친구들과 함께 소백산에 갔다.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 한 명 있었다.
눈 덮인 산을 한참 오르는데 정상을 300미터 정도 남겨두고
함께 갔던 친구 한 명이 탈진으로 쓰러져버렸다.
아예 정신을 놓아버려 업기도 힘들어 다시 내려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꾸역꾸역 정상으로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업고 내려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올라가는 게 쉽다'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명이서 돌아가면서 업고 올라갔는데
다행히(!) 정상 근처에서 올라오고 있던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근처에 있던 산장으로 가서
일단 그 친구를 뉘였다.
날은 춥고 불을 땔 것도 없어
친구 한 녀석이 들고 왔던 '수학의 정석'을 한장한장 찢어 불을 지피기도 했다.
쓰러진 친구는 결국 산장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기로 하고,
나랑 몇 명이서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를 요청하러 갔다.
그때의 암담했던 마음이란!
결국 그 친구는 헬리콥터를 타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는 소식을
죽을똥살똥 다 내려가서야 들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소백산에 오르지 않았다.
올해는 한번 가볼까?
(씨진)

산행과는 좀 다르지만,
한겨울에 어느 야산에서 야영을 한 적이 있었다.
천막치고 화장실파고 장작패고...
그날 밤, 머리 위로 뜬 달은 정말 환했다.
대낮처럼 밝은 한밤중,
달그림자가 주는 서러운 느낌을 그날 알았다.
(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