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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돋음활동을 시작하며

사람사랑에 벌써 세 번 째 글을 쓰게 되었다. 기사나 다른 글은 거의 쓰지 않으면서 사람사랑에만 글을 쓰는 것 같아 민망하다. 돌이켜보면, 사랑방에 드나들기 시작한 지난 약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겪은 것 같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즐거운 시간도 많이 가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전히 자의적이고 야만적으로 행사되는 경찰 공권력을 실제로 겪어보면서, 그래도 조금은 상식이 통하는 근대 시민 사회에서 사는 줄 알았던 착각이 박살이 났다. 그러면서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 못지않게 분노 또한 키우게 되었다. 외치는 목소리에 증오가 담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비친 내 모습을 전해 들으며, 또한 평택 투쟁에 함께하는 다른 평화 활동가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좀 다스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설픈 분노에 그대로 몸을 맡기기만 하는 방식은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집회에 쫓아다니며, 경찰에게 고래고래 소리만 지른다고 내가 뭔가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경찰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지만, 또 대화를 한다고 대화가 통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감정적인 대립으로만 끝나서야 소모적일 뿐이다.

그리고 책임회피만 하면서 명령이라면 어떤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 짜증 그 자체인 직업 경찰관들은 그렇다 쳐도, 인권이라곤 실종된 환경에 시달리다 때때로 악에 받쳐 악마가 되곤 하는, 늘 피곤한 표정으로 서 있는 전의경들을 외면하고서 경찰감시활동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의문을 가지며, 이제 돋움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부디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내 게으름과 무책임을 좀 접어두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