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살아 보진 않았다. 특별히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 불편한 것이 없었기에 인권운동 같은 것은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뭔가 대단한 일인 것 같았고 아무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했었다. 그런 내가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동 인권 침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였다. 그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내가 눈뜨면 접할 수 있었던 가난한 나라 필리핀 아이들의 현실이었고 그들이 환각제에 취해 내미는 앙상한 손은 내게 두려움이었다. 그들을 통해 감히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누려왔던 ‘인간의 권리’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랑방에서 북 인권 모니터링 팀에 함께하게 된 것은 그 후로 2년여 후였다. 기회가 있으면 참여해 보고 싶었던 사랑방에서 새로 북 인권 팀이 구성 된다고 해서 아는 것 없지만 무작정으로 팀에 합류 하게 되었다.
처음 접해보는 사랑방 분위기가 많이 낯설기도 하고 나 한 몸 살기에도 버거워 하던 삶이 이곳에선 터무니없는 어리광으로 비추어져서 모임을 가질 때 마다 슬쩍 반성도 많이 했었고 또 얄팍한 지식에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모임 후에는 쳇바퀴 돌듯 다시 일상의 반복에서 허덕이며 지낸 것이 이제 근 한 달여 되어간다. 여러모로 내가 무언가 보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어서 사랑방이 이제는 내 삶의 한 일탈이 되어버렸다.
처음 북 인권 모니터링 팀이라고 들었을 때 순간 북한이라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 살짝 두려움과 설램 그리고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미지의 세계를 엿보는 듯이 관련 사이트들을 돌아보면서 한국 내에서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단체들과 정부 기관들이 있는 것에 당황하면서 내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북한에 대한 반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깨어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했었고 집안이 북한과는 아무 관련 없었음에도 어릴 적에 공교육으로 세뇌 되었던 반공에 대한 인식의 뿌리가 자각 하지 못하던 사이에 깊이도 박혀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나는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른다... 세미나를 통해 접근해 보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그들의 국가 체제와 체계, 사상과 환경.. 우리가 접하는 자료에 대한 신빙성조차 의심하면서 나아가는 발걸음이 더디고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북한 내부에서 유린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 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누려야 하는 그들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준비되어 있는 성숙한 손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 사랑방을 처음 접하고 시작하는 새내기가 되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용어 하나도 한 번 더 생각 해 봐야할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내게 재미있는 도전이며 그 과정에서 세상을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곳에 있는 북 인권 팀, 그리고 성별, 계층,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의 그림자에서 빛을 향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는 자원활동가 분들, 그분들이 진정한 이 사회의 반딧불인 것 같다. □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