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서 제 별명이 ‘마님’입니다. 이런 별명을 얻게 된 건 제게 남들에겐 없는 ‘위엄’같은 게 있어서가 아닙니다. 영화제 일이 많은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해야 하고, 일의 책임을 맡고 분담해야 하는 제가 자원활동가들을 ‘부려 먹는’ 인상을 심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불명예스런 애칭을 갖게 되었죠.
별명이란 원래 웃자고 붙여주는 거니까 반론을 제기해 봤자 저만 자꾸 구차스러워지죠. 문제는 영화제가 임박해 질수록 마님이 ‘마녀’로 바뀐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지만 전 ‘대인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민한 편이어서 영화제 일정이 다가올수록 몸과 마음이 심각하게 황폐해지죠. 할 일이 많은 것도 그렇지만 앞으로 ‘수 천명’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인권영화제 초기에는 참 많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집행위원장 구속 같은 건 사실 ‘명예스런 사고’입니다. ‘스크린 사고’ ‘오디오 사고’ ‘상영작 지각 사고’ 등 갖가지 불명예스런 사고를 다 감당해야 했던 저로서는 영화제 기간은 지옥 훈련 같은 시간입니다. 사랑방 식구들은 이런 저를 잘 아는터라 이 기간 만큼은 저의 난폭한 언동을 담담하게 참아주기도 하죠. 폐막작 상영이 끝날 때까지 저의 신경은 그야말로 ‘팽팽하게 긴장’된 것입니다.
사고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영화제의 ‘균형감각’을 늘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권의 이름으로 공공의 이익에 충실하게’ 영화제를 치루기 위해서 때로는 자원활동가들의 의욕을 꺽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마님에서 마녀를 또다시 넘나들어야 하는 운명인 거 같습니다. 이번에 자원활동가들이 영화제 메이킹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부터 걱정이 앞섰던 건 사실이었고 무지개 씨 혼자 카메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땐 그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공포스럽기도 했답니다.
혼자서 메이킹 만드느라 회사도 못가고 며칠 밤을 새웠던 무지개 씨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은 저의 행동에 대해서 지금도 사과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노여움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남의 일 돕다가 봉변 당한 것’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가 함께 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로 여겨 주시길 바랍니다. 무지개 씨의 발전을 빕니다.
마님
▷ 참고: 무지개 씨는 자원활동가의 메신저 아이디(over the rainbow)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