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7월 단상 조각들

1.
사랑방에 매일 드나들게 된지 3주가 되었습니다. 첫날은 멀뚱멀뚱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스스로가 어색해서 한없이 당황스러웠던 걸로 기억됩니다. 산만한 책상 주변에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모니터를 노려보면서 시간을 보냈지요. 자주 들락날락했던 공간이 아니었기에 어색한 기운에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하루, 일주일을 보내더니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은 쌓였나봅니다. 수시로 오는 전화에 “예, 인권운동사랑방입니다.”라는 소리가 입에 붙고, 첫 식사 준비 때는 어찌해야 하나 전혀 감을 잡지 못해 도마 앞에 황량하게 서있었는데 앞으로 이 시간을 영양밥과 샐러드에 대한 도전의 시간으로 삼으리라 다짐하기도.

2.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더운 기운에 눌려 정신을 잃어가다가도 2MB와 청수,어?!가 하는 꼬라지로 인해 속이 뒤집혀 주먹을 불끈. 촛불을 든 수만 명으로 거리가 가득 메워졌던 시간 속에서 내가, 우리가 희망을 발견했던 것과 달리 그놈들은 무서웠나봅니다. 진실이 드러날까 봐. 그래서 하는 별 짓들. 그러나 우리는 입술을 열어 여전히 진실을 외치고 있습니다.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발을 움직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뜨거운 여름을 살고 있습니다. 기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0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숫자에 둔감해지면서 50일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예수가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했던 설교를 들으면서 새삼 50이라는 숫자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너무도 당연시 이야기되는 ‘차별받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이 있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기 위해 저항한다고 선언한 이길준 이경. 농성은 정리되었지만, 앞으로 계속될 그의 저항이 나의 저항, 우리의 저항이 되기를 바랍니다. 

3. 
지향하는 것과 현실에서 부딪히는 것의 간극을 발견하면서 당황스러움을 느낍니다. 말과 행동과 생각이 서로 일치되지 않음을 발견할 때 짜증이 났습니다. 붕붕 떠다니는 단어들을 끌어내려 정리해내지 못하는 것에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외면하지 않고 부딪혀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사랑방 활동을 시작합니다. ‘똑똑. 마주하고 싶어서 두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