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황, 그러나 학교에서는, 더 이상 전쟁을, 그 슬픔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 우리가 보였다. 여전히 시끄럽고 불안한 ‘그곳’의 이야기는 그렇게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는 다시 그곳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 김선일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어느새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결코 바라지 않는 그 자리에,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 * * * *
고 김선일씨가 참수 위협을 당할 때 TV에서는 끊임없이 그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별다른 감정 없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받아들일까 걱정되는 마음에,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이라크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 앨더브란의 편지와 함께 다시 이야기한다. 수많은 이라크 아줌마, 아저씨들,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심히 바라보고 듣는다. 괜시리 갑갑해져 목청은 올라가고 몇 번이나 되풀이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그리고 명료했다. 아이들은 석유를 이야기했고 고통을 슬픔을 행복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단서만 있고 해답은 없는 나의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해답을 이야기했다.
“너무 슬프다. 어떻게 이런 일이… 왜 어른들은 전쟁을 하지? 가끔씩 어른들은 우리보다 멍청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나라를 다 합쳐서 이런 전쟁이 없는 한 나라가 되면 좋겠다! 싸움도 죽는 일도 없는 나라로…” “왜 이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위험한 행동, 전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행보다 좋은 건 행복이니까.”
* * * * * ‘다같이 슬퍼하자. 하지만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현상을 날카롭게 보고 정확하게 나타낼 줄 아는 수잔 손택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의 말에 힘입어, 많이 생각하고 옳게 행동하고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니네들이나 가라는 식에서 벗어나, 파병은 전쟁은 ‘정말’ 안됨을, 아님을 이야기하자.
본질이 무엇인지 살피자!
대충 얼버무리려 하고, 침착하고 단호하게 파병 재확인만을 외치는 정부에 대해 자조 섞인 회의에 '그런 거지. 뭐' 라며 느슨하게 넘어가지 말자.
작은 목소리라도 내며, 주먹이라도 흔들며…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