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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벌레

9월에는 ‘벌레’를 아그대다그대 이야기합니다.

 난 자연주의적 인간이 아닌가 보다. 벌레나 곤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곤충은 잠자리와 나비이다. 
옛날에 소설 개미를 읽으면서 개미의 습관을 많이 알게 되면서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간보다 더 많은 개체수로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그들에 대해 잠깐 생각을 해보았을 뿐이다. 
그래도 아직은 인간중심적인 존재인듯~
그래서 내 인생의 벌레라고 할 만한 게 없다. 
그저 바퀴벌레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나를 슬프게, 두렵게 할뿐...ㅠ,ㅠ;;
(바람소리)

 많은 영화에서 그렇듯,
이 지구의 마지막은 인간 대 벌레의 한판 승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1人.
벌레(곤충류과 거미류와 다지류를 포함한...)들은 보면 볼수록 정말 놀라운 존재들이다. 
최고의 효율로 만들어진 신체뿐만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사회구조까지, 
소름끼칠 정도로 경이로운 존재들이 바로 
지구를 뒤덮고 있는 벌레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이롭다 해도 포유류나 조류는 물론, 
심지어 어류나 파충류에 비해서도 친해지기 어려운 존재가 벌레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벌레와 관련해서 몇 가지 깨달음과 같은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 있긴 하다.
하나는, 집에 있는데 조그만 불개미 같은 아이들 5마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무심코 잡았는데(ㅜ.ㅜ 아.. 나의 살생의 업이여..) 그 중 한 마리가 벽 속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잠시 후!!! 
5마리의 개미가 다시 그 장소에 나타났다.
난 다시 4마리를 잡았고, 한 마리는 다시 벽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다른 4마리의 개미와 함께 나타났다. 그렇다!!!
그들은 바로 5인1조의 사건조사반이었던 것이다!!! 
그러기를 세 번 반복하자, 더이상 그들은 사건조사반을 내보내지 않았다. 
요즘 나는 발밑에 개미가 밟히지 않는지 발밑을 조심하면서 걷는 때가 많다. 

다른 하나는, 아마도 날아다니는 쌀벌레 아니면 작은 바퀴벌레였을 것으로 기억되는데, 
잡으려고 했었는지 어땠는지 아무튼 그 벌레는
심한 부상을 입고 죽음에 직면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벌레가!! 곧 죽어가면서도 배 속에 있던 알을 계속 
꾸역꾸역 낳으면서 기어가는게 아닌가!! 
아, 진짜, 생명이란 정말 징글징글하구나!! 
물론, 벌레잡이 회사의 광고처럼 벌레를 잡으려면 역시 알까지 잡아야 하는구나
하는 경험치를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세상 모든 삶붙이에는 나름의 삶이 있구나 
하는 걸 충격적인 영상을 통해(그 장면을 상상해보삼.. 우엑~ ToT) 깨닫기도 했다.
요즘은 "살아있는 것은 모두 행복하라"
는 부처님 말씀의 깊~은 의미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벌레.
역시나 가깝고도 먼 존재다. ㅋㅋ
(아해) 

 작은 방 창문밖 거미줄은 천연 방충망이었어요. 
아침이면 일어나 창문열고 아침인사했는데 
올해는 거미가 나타나지도 않아 그리워요. 
거미줄을 관찰하는 기쁨은 큽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데곧 겨울이니 끝내 오지 않겠죠. 

집에서 벌레 나오면 이제 크게 놀라지 않아요.
"바*' 빼고요. 보통 '안녕' 하고 친근하게 인사할 때가 더 많죠. 
자세히 살펴봐요. 벌레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달리 보여요.
편견으로 꽁꽁 봉합된 생명체죠. 벌레랑 마주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일숙) 

 여름을 지내고 있어서 그런가,벌레 하니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단연 모기다. 
모기가 귓가에서 웽~웽 하는 소리는 정말 못 견디겠어서
여름에도 이불로 얼굴을 싸고 잘 때가 종종 있다. 
혹시 더러우면 모기가 더 좋아하나 싶어 씻고 잠자리에 누워도, 
모기가 귀지를 좋아한대서 자기 전에 귀 청소를 해봐도 밤이면 밤마다 웽~~. 
모기가 날 싫어하게 하는 비결 어디 없수?
(시소) 

 벌레가 출몰하면 소리를 지르면서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아해했다. 
별로 벌레를 무서워하지도,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예외가 생겼는데 바로 구더기이다. 
사무실 대문 앞 음식물 쓰레기통을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어느 날 쓰레기를 버리려고 열었더니 
뚜껑까지 구더기가 잔뜩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 당혹스러움이란... 
제대로 버려지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는 해야겠는데 
도저히 손 쓸 수가 없어 SOS를.이로 인해 돌진에게 보은의 빚이 생겼다
(ㅁ)
몇 년 전 어느 가을날 점심을 먹으려고 회사를 나섰는데 
길바닥에 온통 송충이가 쫙 깔려있었다. 
완전 징그러웠지만 밥은 먹어야 하기에 꿈틀꿈틀거리는 송충이를 피해 
걸어가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위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거다.
자세히 보니 횡단보도 옆의 나무엔 온통 송충이 투성이고, 
그 중에서 바로 수직낙하하는 송충이들도 있었던 거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내 몸 어딘가로
스멀스멀 송충이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당장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털 보숭이 송충아~~ 외모로 뭔가를 판단하는 건 
정말 비인권적인 처사라는 거 알지만 난 정말 니 모습이 징그럽고 싫으니 
어쩌면 좋으냐 ㅠㅠ
(유라) 

 얼마 전
강원도 홍천에 다녀왔어요. 
예전에 사랑방에서 함께 활동하던 활동가들이 홍천으로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들을 방문해서 농사일을 쪼끔(!) 돕고 왔지요. 
거기서 경험한 가장 큰 문화적 충격(쑈킹!)은 흙과 벌레(곤충)가 너무 일상적이라는 점이었어요. 
도시에서 흙과 벌레는 지저분하고 혐오스러운 대상이기 때문에 미워하며 멀리할 수밖에 없는데, 
농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흙과 곤충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 흙 위에서 곤충들과 함께 뒹굴며(?) 일하다가 
새참을 먹고 밥을 먹고. 또 김을 매고 난 후 풀뿌리에서나 흙 속에서는
너무나도 다양한 곤충들이 꼬물꼬물 함께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 곤충들은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더군요!ㅎㅎ 흙과 곤충은 생활의 일부분이지 
결코 분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어요. 생각해보면, 흙과 곤충은 농사의 일부분이기도 하고요.
도시에서 보던 흙, 벌레와 농촌에서 본 흙, 곤충은 어찌나 다르게 느껴지던지. 
'자연'에 대한 관념이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나보다,
싶더라구요.
(석진) 

 지네!!! 
도 벌레에 끼워줄 거지? ^^;; 
초등학교 4학년이거나 5학년 때쯤, 한참 자고 있는데 
갑자기 귀가 막 아팠어. 엉엉 울었어. 
엄마랑 아빠가 안방에서 건너오더니 
귀에 뭐가 들어갔나 하면서 랜턴을 비췄지.
그랬더니 잽싸게 기어나온 그이,바로 지네! ㅜ,ㅜ
그러고 나서 또 어느 날인가, 자고 일어났더니 
한쪽 눈두덩이 퉁퉁 부었어.
그 지네 님이 다시 와서 물고 가신 건가 했다능
(미류) 

 내가 요즘 만나는 벌레는 
쌀벌레. 
쌀을 씻다가 둥둥 떠다니는 까만색 벌레를 손으로 잡아낸다. 
예전에는 동생이나 아빠에게 SOS를 요청했으나, 지금은 벌레를 내 손으로 잡아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아마 살림 5년차 실력과 내공인듯싶다
(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