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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식도락

◐디요

식도락은 이제 나와는 가장 거리가 먼 말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어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렇게 먹는 것과 거리두기를 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꽤나 괴롭다ㅠ

 

◐가원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니며 즐기기 보다는 굳어진 식성에 기대어 단골집 몇 군데를 회전문처럼 드나드는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내 회전문을 이용해보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연락주시라.

 

음식에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태도로 일관되게 살아왔으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모임을 하게 되면 여기저기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보는 건 종종 나의 몫… 그러다보니 이제 나도 꽤 변해서 맛없는데 비싼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ㅠㅠ 아무 곳이나 들어가는 먹어보는 실험 따위 바이바이 하게 되었다. 대신 내 구글맵에는 평점 4.0 이상인 곳들만 담은 리스트가 주르륵 생기게 되는데, 친구들과 2박 3일 후쿠오카 먹방 여행을 떠났을 때 이 구글맵은 빛을 발했다. 싸고 맛있는 이자카야, 수십종류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 라멘과 식빵, 스시와 샴페인... 가장 별로였던 브라세리도, 쇼핑몰에서 그냥 들어갔던 소바집마저 평균 이상. 하지만 얼마 전 생일날 찾아갔던 비스트로는 나에게 분노만을 남겨주었는데, 번화가의 값비싸고 질 낮은 음식은 이제 그냥 임대료 값이려니 해야 한다.

 

◐세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TV정보프로그램 생* 정보!!! 퇴근하고 저녁을 먹을 때쯤 하는 TV프로그램이다. 여러분들 다들 아시려나요? 여기에 매번 엄청난 맛집들을 소개 한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우와 맛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어딜까 하면서 매번 프로그램 게시판을 찾아본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은 함정.

사실 여행 중에 의도 하지 않게 찾은 맛집이 그게 진짜인 것 같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순천만 정원에 갔다가 그 근처에서 꼬막정식을 먹었는데 진짜 사람 많고 왁자지껄 관광지 음식점이었는데 정말 맛있어서 깜놀. 갑자기 입에 침이 고인다. 사실 요새는 블로그를 미리 검색해서 가는 경향이 있는데 먼저 찾아보지 않고 먹었는데 맛있어서 나중에 찾아보니 맛집이다 이러면 더 뿌듯해지는 것 같다.ㅋㅋㅋㅋ

 

정록

맛난 음식을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매사 상대적인 거라, 줄 서는 걸 정말 싫어하는 나에게 맛집은 사람 없을 때나 가는 곳이다.

  

◐어쓰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내 안에서는 언제나 귀찮음이 식욕을 이긴다. 식도락을 즐기기에는 미천한 체력 탓이다. 나에게 맛집이란 언제나 주변인들이 데려가준 곳뿐이니, 투덜대기만 하는 나를 끌고 다니던 친구들에게 새삼 감사하게 된다.

 

◐아해

# 육회를 먹지 않았다. 어느 날 횡성의 고깃집에 갔는데, 주인아저씨가 아, 구경이라도 하라며 한우 덩어리를 새로 꺼내서 스윽 썰어 보여주는데, 어어~ 원초적인 식욕이 뇌를 직접 때렸다. 이래서 육회를 먹는가. 이래서 아메리카원주민 체로키족 우르릉천둥은 막 사냥한 버팔로의 고기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고 했던가.

# 하지만 식도락은 해산물이지. 육고기가 따라오기 어려운 다채로운 재료가 가진, 날 것과 익힌 것의 맛이 있다. 전국 물회집 역사 정도는 알고 있어야 식도락이라 할 수 있지 않나.

# 그러나 권불십년. 예전의 맛집들이 세월 속에 묻혀가는 것을 보면서 무상함을 느낀다.

# 곧 채식의 식도락을 즐길 때가 다가오는가.

 

◐민선

도시락과 어감이 비슷해서 대충 먹는 것과 관련된 말로 생각하고 식도락이란 말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검색해보니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일”이란다. 포인트는 여러 가지를 두루 먹어야 하는 것, 그렇다면 한 가지를 제대로 먹는 것을 선호하는 난 식도락과 가깝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