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며 상담노동자들이 다시 파업 투쟁에 나섰다. 그동안 배제해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건강보험공단의 약속으로 지난 6월 열흘간 이어진 파업을 중단한 바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 자리지만, 공단은 고객센터 직영화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시간 끌기에만 여념 없었다. 이러한 공단의 무책임으로 다시 나선 파업이다. “국민과의 소통통로”로 고객센터를 내세워온 공단은, 정작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노동자와는 어떤 소통도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보험 상품이 아닌,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건강보험이 사회의 공적인 시스템으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인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 반영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바로 그 출발지점에 놓여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스스로의 위치를 잊어버린 듯하다. 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고객센터를 출범하며 상담 업무를 외주화 했다. 단순반복업무를 고객센터에서 일괄처리하여 공단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공단과 고객센터의 업무가 서로 다른 성격의 업무로 구분되지 않는다. 상담노동자들은 보험 가입과 자격, 보험료 부과 및 조정, 보험료 징수,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해 4대 보험 징수통합까지 1000가지가 넘는 업무를 수행하며 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을 함께 만들어왔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가 각기 다른 민간업체에 내맡겨지고, 공단은 성과 관리라면서 오직 ‘콜 수’만을 실적으로 평가해 위탁업체를 선정한다. 상담노동자들은 업체의 실시간 통제와 관리 속에 가입자가 필요로 하는 상세한 안내를 하면 오히려 ‘저성과자’가 되는 노동조건으로 내몰려왔다. 공단은 업무의 연계성을 부인하기에, 상담 과정에서 지사로 넘기거나 전화번호를 안내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고객센터 업무의 외주화는 공단 안에서 통합적인 하나의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역할을 별개의 성격인 것처럼 구분하며 끊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운영방식을 고민해야 하지만, 그저 외주화를 통한 비용 절감만을 추구하며 공공성을 축소시켜왔다.
이에 상담노동자들은 고객센터의 직영화를 요구하며 싸움에 나섰다. 고객센터 민간위탁으로 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외부로 떠넘겨온 것을 제자리로 돌리며 공공성을 다시 세워내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처우 개선이나 일부 비정규직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접근은 거부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공공성의 확장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투쟁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외주화된 방식에서 위태로운 상담노동자의 권리는 가입자의 권리도 위협한다. 공단은 갈등을 핑계로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가리고 떠넘길 것이 아닌,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서 고객센터 직영화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누가 어떻게 전환되는지 고용형태의 변화로만 이슈가 주목되고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었다. 그 배경에는 공공기관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논의는 생략한 채 전환 대상의 노동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공공성을 세우고 만들어간다는 원칙하에 정규직 전환 정책의 방향이 향해야 하지만,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상용직이라는 또 다른 간접고용으로의 대체를 전환 성과로 내세워왔을 뿐이다. 공공부문을 공공부문답게 만드는 과정으로서 정규직 전환 정책이 있음을 정부가 나서서 설득하고 논의를 이끌며 추진해야 한다.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며 세 번째 파업에 나선 상담노동자의 투쟁은 그동안 훼손되어온 공공성을 다시 세우고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다. 상담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닌 우리 모두의 투쟁으로 함께 할 것이다.
-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 직영화로 상담노동자 직접고용에 나서라.
- 정부는 공공성을 원칙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하라.
2021년 7월 9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며 직영화를 요구하는 인권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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