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후원인 인터뷰에서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에는 일단 끼고 본다는 '저요 저요' 스타일 기원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착취하지 않으며 고유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셨는데, 그래서 사랑방 후원인이 되신 거겠죵?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환경대학원에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있는 김기원입니다. 이전에 인권단체에서도 활동을 조금 하고 영리기업에서 기획자로도 잠시 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최근 “대체 뭐하는 분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호기심이 많고 재밌거나 의미있어 보이는 일에는 일단 끼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혹은 계획적이지는 못한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밖에 취미로 춤을 추고, 반려견 라울이 언니로 살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쓰레기’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가 이 문제를 본격적인 ‘공부’하는데까지 이르게 되었나요?
언제부턴가 나의 선택과 활동의 결과물로 계속 쓰레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하나의 계기는 ‘Trash is for tossers’라는 블로그를 알게 된 일이 아니었을까 해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미국 여성이 운영하는 블로그였는데, 제목이 정말 재밌죠. ‘Tosser’는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내던지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속된 말로 ‘구린 사람’을 지칭하기도 해요. 당시는 10년 전쯤이라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는데, 1년간 그가 만든 쓰레기가 작은 유리병 하나에 담기는 걸 보고 엄청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나 엄청 구린 사람이었구나, 하고.
그래서 그 블로그에서 배운대로 가능한 중고로 물건을 들이고, 일회용 포장재를 피하고, 새로 사야 한다면 재활용이나 생분해가 되는 재질을 찾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선택지 자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어떤 것이 완제품으로 진열대에 오르기 전에, 더 앞단을 건드려야 내 삶도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내가 직접 해보자고 결심을 했던 것 같아요.
기후위기 시대,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개인의 실천이 사회적으로 많이 부각되는 거 같아요. 정부나 기업들은 이런 개인적 실천에 편승해서, 지금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본인들의 책임을 가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인상도 자주 받는데요, 원자화된 개인인 우리는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보고, 국가나 기업을 상대로 무엇을 요구하고 목소리를 높여야할까요?
소비자를 넘은 시민인 개인의 역할과 책임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가 혹은 기업과 개인의 권력관계에는 심한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결국 사회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여 움직이고, 이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들' 서로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제 주변 사람들이 종종 저를 떠올리며 어떤 선택이나 행동을 바꿨다고 얘기를 해줄 때처럼요. 시민들의 개인적 실천이 당장 사회구조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믿어요.
그렇지만 소비자로서의 개인은 잘해야 빙산의 일각을 바꿀 수 있어요. 우선 생활 쓰레기는 전체 발생량의 12%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거의 절반은 건설 폐기물이고, 이미 자원을 추출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고, 그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해요. 우리가 손에 든 휴대폰은 300g도 안 하지만, 휴대폰 하나를 만들기까지 투입된 모든 물질을 포함하면 그 무게가 75kg이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죠. 이후 재활용되는 과정에서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쓰레기가 되는 경우도 있고, 재활용 자체도 물질의 형태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에너지와 자원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환경부담이 없지 않아요. 그래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는 되도록 새로운 자원을 쓰지 않고 사용된 자원은 오래 순환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예컨대 생분해가 되는 면과 그렇지 않은 합성섬유를 혼방할 경우, 다시 분리하기 어려워 몽땅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해요.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연유래 물질과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을 섞지 않고, 후자의 경우 집적된 물질과 에너지, 노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품 전체 혹은 일부라도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생산 체계가 바뀌어야 하고, 나아가 수리와 공유가 확대될 수 있도록 토대가 마련될 필요가 있어요.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우호적인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겠죠. 그리고 보다 현실에 가깝도록 통계자료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재활용률이 실제보다 훨씬 높게 집계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하는데요, 기후위기 대응으로서 쓰레기 문제해결은 어떤 게 될까요?
사람들이 제대로 배출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 자체만도 많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유발해요. 당장 수거해서 운반하는 과정부터 대규모 처리시설의 건설과 운영,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와 침출수, 소각장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 등이 떠오르는데, 무수히 더 있겠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에서도 2010년 전세계적인 탄소배출량의 3%가 폐기물 관리 부문에서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 있고, 1990년부터 2006년 사이 독일이 감축한 온실가스의 24%가 고형 폐기물 관리를 개선하면서 나타났다고 해요.
그런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근본적인 전환들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려면 무조건 ‘소유’만이 방법인지, 생산과 유통 등 경제활동의 목표와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 지구환경을 어떻게 모두와 함께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와 같은 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거죠.
기후위기는 기존의 국가나 사회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불평등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예컨대 수많은 바다 생명을 위협하고 앗아가는 해양 쓰레기의 문제, 도시나 부유한 국가는 소비만 하고 쓰레기는 지방이나 가난한 지역 또는 국가로 흘러들어가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곧 기후위기 대응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활동의 이유와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서 쓰레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저는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동물, 자연 구분 없이 모두가 서로를 착취하지 않으며 고유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현재 녹색당에서 서울지역 정책을 고민하는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현재의 양당 정치체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무너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외 종이팩을 재활용하기 위한 동네 움직임에 소소하게 참여하고 있어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종이팩은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내부 코팅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해요. ‘화목일 프로젝트’로 불리는 주민활동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따로 계시고, 저는 씻어 말린 종이팩을 드리는 일만 하고 있어요. 사실 재활용 선별장에서 한꺼번에 종이팩을 모으고, 재활용 업체에서 한꺼번에 세척해 재활용하는 것이 보다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일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여전히 납득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즐겁게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하는 이유는?
제가 한때 인권활동을 하는 동안 많이 배우고 신뢰했던 활동가들이 함께 일궈나가고 있는 단체예요. 당면한 문제가 뿌리깊은 불평등이든, 기후위기이든, 다른 무엇이든,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고민을 하고 좋은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체라고도 생각합니다. 혹시 아니라면 말씀주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