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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일터에 쉼표를!

“일터에 쉼표를!” 공단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봄부터 월담노조에서 진행 중인 캠페인이다. 매주 화요일 선전전과 함께 골목 한켠 ‘길 위의 쉼터’를 운영한다. 캠핑용 파라솔과 의자로 만든 한 평 남짓한 작은 쉼터다. 공단을 다니다 보면 식사를 마치고 남은 점심시간 그늘 아래 도보에 걸터앉아 쉬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몸을 기대 잠시 눈을 붙이는 분도 계시고, 자동차 안에서 쉬는 분들도 종종 봐왔다. 오후 작업 시작까지 남은 점심시간, 잠시라도 눈치 보지 않고 편히 쉬었다 가길 바라며 시작한 쉼터다.

작년 월담노조가 설문조사를 통해 만난 공단노동자의 1/3은 사업장 안에 휴게공간이 없다고 답했다. 휴게공간이 있다 해도 냉난방시설이나 환기시설이 없고 필요한 비품이 구비되지 않아 휴게공간으로서 적절치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즈음 사업장 내 휴게공간 설치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128조의2(휴게시설의 설치)가 신설되었다. 그동안 부차적으로 여겨져 온 휴게의 권리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서 법에 명시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개정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업장 내 휴게공간 설치 의무화한다지만

8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지난 4월 25일 그 세부규정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안이 입법예고됐다. 설치 대상으로 상시 노동자 수 20인 이상인 사업장에 한하는 것으로 적용범위를 규정한 것이 골자다. (그조차도 50인 미만은 1년간 적용 유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417만 개 사업체 가운데 20인 미만 사업체는 402만 개로 96%가 넘고, 전체 종사자 2272만 명 중 2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1174만 명으로 51%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서 대다수 사업체가 20인 미만의 규모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라는 것!

월담노조가 만나는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동향 자료를 보면 업체당 평균 고용규모가 시흥지역의 경우 11.2명, 안산지역의 경우 17명으로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사업장의 대부분은 이번 개정 산안법의 적용범위에 들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20인 이상 사업장으로 할 때 법제화의 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거나 매우 미비할 것이라는 건 개정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전체 사업장 중 20인 이상 사업장은 5%에 불과한데, 이중 93%는 이미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인 이상과 미만을 경계로 적용범위를 달리하겠다니 법제화의 취지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가 의문을 품게 한다.

제시된 설치 관리기준 또한 휴게공간으로서 적절성과 실효성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 우려가 든다. 사용 인원에 무관하게 6㎡ 이상이라는 최소면적만 제시하고, 성별 분리나 작업공간에서의 거리 등 실질적이고 적절하게 휴게공간을 설치하게끔 할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지하에 있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없게 비좁거나, 창고 일부를 개조한 휴게실의 실태가 많이 보도되었다. 사람이 머물 수 없는 열악한 휴게공간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입법예고된 내용으로는 그동안 문제로 지적되어온 휴게실 실태에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차별과 배제 없는 쉴 권리 보장을 위해!

2018년 고용노동부가 만든 휴게시설 가이드라인에는 산재의 예방에 휴게시설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적절한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은 일터에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며, 쉴 권리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할 보편적 권리여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림의 떡’으로 만들면서 기본적 조건을 특수한 조건으로, 보편적 권리를 특별한 권리로 뒤바꾸려고 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을 폐기하고 작은사업장 노동자의 쉴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에는 500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캠페인을 통해 만나고 있는 공단노동자의 목소리를 더 크고 너르게 전하기 위한 토론회, 전시회 등도 계획 중이다.

지금은 캠핑용 파라솔과 의자로 만든 임시적인 쉼터이지만, 사업장을 가로질러 공단노동자들이 함께 쉴 수 있는 공동휴게실을 만들어 운영하는 날도 야심차게 그려본다.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공단 곳곳 쉼표를 새기기 위해 오늘도 바지런히 파라솔을 나르고 펼치며 공단 골목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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