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 이야기

윤석열 퇴진시키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갑시다

“우리, 집회할 수 있을까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경기도 시민사회는 지난 2024년 11월 19일부터 매주 화요일 평등낭독회라는 이름으로 경기도교육청의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을 규탄하는 낭독회를 이어왔습니다. 그렇게 12월 3일에는 성평등,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고선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 포럼을 주관하는 경기도교육청을 규탄하는 낭독회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성평등 권리 선언대회만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모두가 아시다시피 계엄 사태가 터진 것이지요. 모든 집회의 자유와 출판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포고령에 준비 중이던 성평등 권리 선언대회부터 걱정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제가 활동가가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계엄은 하룻밤 사이 해제되었지만 돌아갈 일상을 잃은 상황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등이라는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운동으로서 성평등, 성교육 도서 검열의 문제에 함께 대응하기로 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평등한 정치와 사회에 대한 지향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든 검열이 그러하듯 도서검열도 책에 관한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정의를 후퇴시키기 위한 시도입니다. 성평등 도서 검열 사태는 성적권리와 다양한 섹슈얼리티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여 성평등한 사회에 대한 지향을 가로막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계엄 사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더군요.

윤석열 정부의 계엄 선포는 보수 양당 간의 적대 속에서 자신의 정치권력을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사회 구성원들의 지향과 가치를 얼마든지 쉽게 내팽개쳐도 괜찮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지를 드러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보수/극우 세력의 관점으로 도서를 검열하라는 공문을 배포하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의 섹슈얼리티를 제한하며 성평등 정치에 대한 지향을 마음대로 폐기시키는 과정은 계엄과 서로 닮아 있었던 것이지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 들고, 성차별적 출생 정책에만 앞장서는 권력이 평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지향을 흔들며 5,817권의 도서를 폐기-열람 제한하는 사태를 일으키는 배경이 되고, 계엄을 일으켰으며, 우리에게 돌아갈 일상마저 빼앗은 것이죠. 모든 사람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지향을 확인시키는 정치가 아니라 누군가의 권리는 쉽게 배제해도 된다며 차별적인 사회를 만드는 국가와 권력이 결국 모든 사람의 권리를 가로막는 상황까지 만든 것입니다.

 

새로운 일상을 만들자

경기도교육청의 성평등 도서 검열 사태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의 의견은 쉽게 모였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더욱 평등을 외치고 말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성평등 권리 선언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참 탄핵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성평등 도서 검열 사안이 주목받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알지만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함께 평등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함께 가야 할 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평등낭독회에 이은 성평등 권리선언대회의 막이 어렵사리 열렸습니다.

시작은 검열 도서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북토크였습니다. 청소년, 교사, 학부모 단위에서 각각 한 분씩 나와서 성평등 도서 검열 사태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추천하는 도서를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지음’에서 활동하는 난다 활동가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렇게 다종다양한 책의 정보들을 어디서 알고 모았을까? 그렇다면 우린 이 목록들을 읽으면 되겠구나”라며 도서검열 사태를 계기로 더 성평등 도서를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말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에 다양한 발언들도 이어졌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에 함께하는 장예정 님은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왜곡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보수 기독교의 교육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며 “ 청소년들이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성의 즐거움을 죄책감 없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바로 이어 ‘어린이책시민연대’의 유내영 님은 경기도만이 아니라 충남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성평등 도서 검열 사태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어린이, 청소년에게 ‘나중에 크면 알게 돼’ 가 아니라 검열 도서를 함께 읽고 나누어야 한다”고 발언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호림 님은 “성평등과 다양한 소수자 인권을 다루는 도서들이 사라진다면,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주인공을 만나고, 그의 여정에 따라가며 삶의 용기를 얻고, 나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정혜실 님은 “차별적인 사회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며 “가부장제적 권력을 포기하지 못하고, 심지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이들”이며 동시에 “성평등한 도서를 읽지 못하게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발언 외에도 공연과 낭독까지 이어지며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외침은 다양한 방식으로 외치는 집회였습니다.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더 많이 외치자

이번 세계인권선언일 맞이 성평등 권리선언대회는 비록 작은 집회였지만 우리의 권리는 누군가 빼앗거나 제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도서를 빼앗고, 계엄을 발표해도 광장에 나와 서로의 목소리를 틔우고, 함께 권리를 외칠수록 더욱더 평등을 향한 외침은 숨겨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탄핵 소추는 이루어졌지만 길어지고 있는 퇴진국면을 마주하며 성평등 도서는 물론, 더 많은 성평등 정치와 평등을 외치는 목소리를 만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돌아갈 일상의 자리가 차별적이던 바로 그 자리가 아니라 변화된 자리일 테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우리 앞에 놓은 광장에서 함께 변화를 일궈내길 바라며 성평등권리 선언대회의 선언문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성평등 정치로 성차별 정치를 몰아내자. 평등 정치의 기회와 공간을 넓히는 시도를 더 가열차게 해가자. 성평등 없이 모든 시민의 평등한 삶이 가능하지 않기에 우리는 성평등 도서를 계속 펼치고 읽을 것이다. 오늘 모인 우리들은 서로 다른 삶에서, 나다운 말과 행동으로, 모두의 삶을 지키는 더 단단하고 너른 성평등을 펼쳐갈 것을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