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증거 없이 당사자 등의 증언만으로 가혹행위 인정
검찰의 고문으로 거짓자백을 해 구속됐던 한 피의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혹행위 및 불법감금을 당한 사실이 인정돼 국가에 3천만 원을 배상해주라는 판결이 선고됐다.
지난 9월 24일 서울민사지법 합의42부(재판장 이창구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연행되어 조사중에 가혹행위를 당한 김학동(45세)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조승식 검사의 지시에 따른 수사관들이 김씨를 불법체포 및 불법구금한 후 자백을 강요하면서 검사실 옆방에서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막대한 정신적인 고통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씨에게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직접증거 없이 당사자 및 주위의 증언만으로 검찰에서의 가혹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크게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89년 10월 검찰 수사관들이 김씨를 조사하는 30여 시간 동안 자백을 강요하면서 여러 차례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김씨를 연행하면서 구속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범죄사실 및 변호인 선임권 등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불법체포에 해당하며,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기간도 불법구금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 감찰부(안강민 검사장)는 24일 수사과정에서 김씨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조승식 검사(현 수원지검 강력부장)와 수사관 8명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