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을 직권조사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국가인권위)는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관 등이 사망한 조천훈 씨 및 공범 용의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불법체포하는 등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가인권위는 25일 직권조사 중간 결과 보고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에 대해 홍경령 전 검사 등 해당 수사관들을 추가 기소하도록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내용은 가혹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사실은 빠져있다. 고문이나 가혹행위는 5년 이하, 불법체포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강명득 인권침해 조사국장은 “진정인 및 피해자들을 조사한 결과, 검찰은 주거가 일정해 긴급체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피해자들을 긴급체포했고, 체포 이유나 변호인 도움을 받을 권리를 알려주지 않았으며 체포적부심사권 및 진술거부권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는 “헌법 제12조 1항에서 7항까지의 신체의 자유권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며 “영장주의를 무시하는 잘못된 체포관행과 신체자유권 침해가 결국 고문 등 가혹행위까지 낳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국장은 “홍 검사 등 피진정인들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선 적법절차는 무시돼도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며 검찰의 낮은 인권의식을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검찰에 세차례나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검찰이 그런 관행이 없었다고 이를 거부했다”며 “과태료 부과를 하는 한편 진정인과 참고인을 동반한 현장 실지조사를 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입회권 보장 등 제도적 방안 토론
한편, 이날 오후 2시 국가인권위는 ‘수사과정에서의 가혹 행위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장경욱 변호사 등 발제자들은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입회권을 보장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피의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백을 했는지 여부는 검사가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국가인권위 신동운 위원은 “지금도 형사소송법 제48조 5항이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의 입회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관행에 찌들어 잘 활용하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법 개정이 필요하긴 한데,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의위원회가 마련한 개정안을 법무부가 서랍 속에 넣어버린 채 잠재웠다”며 “검찰과 법무부의 주도권을 배제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한 독립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승호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변호인 입회권을 주장하면서 법정다툼을 벌이는 한편, 법 개정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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