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월에 제출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법률안」을 16년 전에 제정한 「특수교육진흥법」과 비교해볼 때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에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보완된 셈이다. 첫째가 순회교육과 파견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반학교의 장이 통합교육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마저도 임의규정(-할 수 있다)으로 하거나 단서(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예산의 범위 안에서)가 붙어 있다.
그리고 정부안에는 특수교육의 최우선 과제인 '의무교육'이라는 단어조차 없다. 물론 교육법에 의무교육 규정이 있어서 따로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나 98조에 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장애아동은 이 나라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 동안 장애자를 진단 평가하고 취학 여부를 결정하는 권하는 특수교육기관장이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재수생'을 양산해온 진단 평가 위원회에 관한 부분도 모든 조항을 교육부령으로 돌려놓아 법안에서 규정할 수 없도록 함으로서 그 동안 무수히 지적되어온 병폐가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정부안은 제10조에서 사립특수교육기관의 보조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서 보조 가능성이 희박해졌으며, 제14조에 개별화 교육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으나 이에 따르는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해야 할 대통령령이나 교육부령으로도 명시하지 않고 있어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특수교육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이념은 통합교육의 원리이다. 통합교육이란, 장애아동을 가능한 한 일반 아동과 같은 교육장면에 배치하여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통합교육은 제정된 환경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정신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심한 장애아동이 일반아동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지 않더라도 한 학교 내에서 같은 교문을 사용하는 것도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교육의 원리는 법제정의 기본정신으로 전반적인 내용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안을 보면, 「제2조(용어의 정의)6항 "통합교육"이라 함은 장애 학생의 정상적인 사회적응 능력의 발달을 위하여 일반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로 되어있어서 통합교육의 의미를 협의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그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본 진술자는 이번 특수교육법 개정(또는 제정)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의무교육과 판별위원회에 관해 중점적으로 진술하고자 한다.
첫째, 특수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들의 유아원 교육은 반드시 의무교육이 되어야 한다. 유아원 과정에 취학하는 장애아동의 의무교육 효과에 대하여 간략하게 진술하면 다음과 같다.
1)장애아동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교육적 조치를 했을 경우에 가장 큰 교육적 효과를 확보할 수 있음.
△조기 교육을 받은 아동의 30%이상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이 가능함(비손 조기교육원, 1993)
△자폐성 아동의 40-50%가 일반학급에 통합되고 훈련가능 정신지체아는 교육가능 정신지체 수준으로 향상됨(Marzass & May, 1988)
2)장애아동들이 조기 교육의 의무화로 능력이 향상되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진학함으로서 국가가 특수교육에 드는 비용을 경감할 수 있음.
3)국민으로서 교육의 평등성 확보
4)가족들이 장애아를 가족 구성원으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의무교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 결국은 이러한 가족들의 긍정적인 태도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전체의 태도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침.
5)장애아동이 장차 학령기에 접어들어 계속 특수학교와 같은 분리된 교육기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줄여줌으로써 통합교육의 조기 실현을 가능하게 함.
6)모든 장애아동이 조기교육을 받음으로서 2차적 장애를 예방하거나 2차 장애의 발견을 도울 수 있음.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장애아동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 국가재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대상 장애 유아들이 많지 않고 기존 시설(유치원, 종합복지관, 사설 조기교육원)을 잘만 활용하면 큰 재원 없이도 실현 가능할 것이다. 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연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통합교육의 이념을 실현하고 의무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특수교육 '판별위원회(또는 사정위원회)'는 반드시 설치, 운영되어야 한다.
판별위원회가 설치됨으로서 얻어지는 효과를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1)특수학교를 지원하여 탈락하는 일이 없어져 장애아동의 완전 취학이 가능해짐.
△현재는 특수학교에서 가벼운 장애아동 중심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허다함.
△특수학교마다 특별기준이 모호하며 선발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잡음이 있음.
2)판별위원회의 공평한 평가에 의해 적절한 교육적 배치를 받을 수 있고, 통합교육 정신에 입각한 특수교육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음.
△일부 특수학교에서는 장애영역이 다른 학생이 취학하고 있음.
△일반학교에 통합되어도 능히 해낼 수 있는 아동도 특수학교에 취학하는 경우가 있음.
3)시설이 비교적 잘 된 국공립 특수하교는 지원자가 몰리고 일부 사람학교를 기피하는 현상을 완화시켜 장애아동 입학의 수급을 원활하게 함(단, 사립학교도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해야 함).
4)학교를 졸업한 후의 진로지도까지 알선해 줌으로서 장애아동의 취업교육에 기여하고 산학협동체제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음.
5)특수교육 전반에 걸친 업무를 맡아 특수학교나 일반 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에 도움을 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행정기구로 성장할 수 있음.
이와 같은 필요성에서 판별위원회가 각 시군(구)교육청 내에 설치되면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단번에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므로 우선은 시군(구) 교육청에 있는 특수교육 지도장학사를 중심으로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와 그 외 각 기관의 전문가를 활용하고 점차적으로 인원을 확보하여 운영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