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에서 "완전월급제" "정당한 산재인정" 등 주장
국제노동기구가 93년 노동통계연감을 통해 한국의 노동자가 높은 산재율, 긴 노동시간, 싼 임금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이를 증명하듯이 24일 오전과 오후에 서울과 부산에서 2명의 노동자가 고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목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4일 오전 상호운수(대표 우종석)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이 회사 노조원 김성윤(62세)씨가 택시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완전월급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시행되지 않았다"며 "월 39만 6천원의 급료로는 자녀교육은 물론 주거비도 되지 않아 집도 전세에서 사글세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명동 등 교통정체지역에서 승차거부 및 부담요금징수를 할 때마다 가슴 아프다"며 "아버지가 택시기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이 회사 방종열 노조위원장 앞으로 보낸 유서에서는 "어려운 현실에 도움을 주고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암은 동료들과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통령과 노조조합장에게 남긴 유서를 포함, 이 회사 우종석 사장, 파출부로 일해온 자기 아내와 딸 등에게 보내는 5통의 유서를 남겼다.
숨진 김씨는 지난 71년부터 23년간 택시기사로 일해왔으며 이 회사에는 80년부터 14년간 근무했다.
또 이날 오후 부산에서는 산재로 다친 허리통증이 재발, 추가산재 처리를 요구하던 한진중공업 도장팀 노동자 정인석(55세)씨가 오후 1시 5분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정씨는 유서에서 "회사는 장애 12급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 10m 정도의 긴 파이프를 나르는 작업을 지시할 정도로 비인간적이었다"며 "그러나 부양가족 생각으로 묵묵히 일해왔는데도 회사는 사직을 유도하는 등 삶의 기초권리를 짓밟았다"고 분격했다.
정씨는 그동안 회사 쪽에 전직을 요구했으나 묵살 당한 뒤 사직을 강요당하자 이를 비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