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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고문방지협약 가입 추진하면서도 고문은 여전

「문국진과 함께 하는 모임」 창립 1주년 기념모임

지난 9월22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유엔고문방지협약 가입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 안으로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할 전망이다. 또한 10월 7일에는 김근태 씨가 국가를 상대로 고문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 소식은 고문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신 공안정국의 돌풍 속에서 불법연행과 무차별 연행, 고문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고문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나서는 속에서 「문국진과 함께 하는 모임」(대표 박정기, 문국진모임)이 13일로 1주년을 맞았다. 문국진모임은 이날 오후7시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회의실에서 문국진 씨 등이 참석하는 속에서 창립 1주년 기념모임을 진행한다.


6번째 발병 후 고문후유증 인식

고문후유증으로 인한 국가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문국진(연세대 79)씨는 80년과 86년 두 차례 고문을 당했는데 작년 6월, 6번째 발병이 하기 전까지는 고문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과거 군사정권시절 고문관련 소송이 무조건 기각 당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신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고문피해당사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차마 소송을 제기할 엄두를 못 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민정부를 맞아 무언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문씨 가족들은 문제제기에 나섰다. 문씨의 아내 윤연옥 씨가 인권단체와 연세대 민주동문회 등을 찾아 나선 끝에 박정기 대표, 박래군(문국진모임 총무)등 고문문제에 관심을 가진 인사들을 만나 작년 10월 13일 향린교회에서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창립하였다. 창립직전 문씨 동기생들인 연대79학번을 중심으로 기금을 마련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고문피해자들의 호응이 컸다.


고문후유증 인정 계기 되어야

이틀 뒤인 93년 10월 15일 서울민사지법 국가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11월 3일 5차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문씨의 재판이 갖는 의미에 대해 박총무는 “고문후유증을 인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고문후유증 판정을 받은 뒤 국가책임문제와 공소시효의 문제를 거론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고문피해자의 경우 고문증거와 공소시효 문제가 큰 어려움으로 떠오르는데 재판을 제기할 경우 최대 10년이라는 공소시효로 인해 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씨의 경우 배기영(동교신경정신과 원장) 박사가 고문후유증으로 인한 것임을 증언했는데 다른 고문피해자의 경우 의사소견서가 없어 겪는 어려움이 크다.


고문백서 발간할 계획

한편 문국진 씨 등 고문피해자 재판지원과 치료비, 생계비 지원을 목적으로 생겨난 이 모임은 현재 고문백서 발간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족들은 물론 고문피해자 당사자조차도 후유증이 크지 않으면 문제삼고 싶어하지 않는 ‘고문’사업에는 연구자도 활동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신체적 고문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정신적․심리적 측면에서 더 강화되고 있어 「문국진과 함께 하는 모임」의 필요성은 더욱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인식 속에서 일단 5·6공 시절 있었던 고문사례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연구과제를 제기하고 고문피해자들의 만남을 갖자는 취지로 고문백서 작업은 시작되었다. 올 연말까지 신문기사, 논문 등 자료수집과 고문피해자 증언취재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이 자료는 고문피해, 재판기록, 학술자료, 문화행사들로 분류되는데 전문가와의 결합을 통한 연구작업까지 포함해 1년을 고문백서 작업기간으로 잡고 있다. 결국 이 작업은 고문추방운동과 고문피해자 재활운동, 고문가해자 처벌운동의 근거가 되리라고 박총무는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