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16시간 노동, 한달에 한번 밖에 없는 휴일, 인간 이하의 대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노사분규, 군대식 규율, 협박과 폭력, 야간근무수당 미지급, 잦은 성폭행….'
근면하다는 한국인의 얼굴은 이제 해외에서 위와 같은 일들을 다반사로 하는 악명 높은 투자가로 비춰진다. 11일 오후 2시 연세대 장기원기념관에서는 '한국해외진출기업과 인권문제'를 주제로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공동대표 김중배 등) '해외진출기업문제특별위원회' 주최의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해외직접투자 현황과 전망'의 발제를 맡은 강용중(서울대 경제학 강사)씨는 "한국자본은 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파장으로 국내에서 자본축적의 조건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게 되었다"며 90년 이후 한국자본의 해외진출이 외국자본의 국내진출 정도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강씨는 해외 진출 한국자본의 특징에 대해 △제조업 중심 △아시아와 북미지역에 편중 △투자규모의 영세성과 중소자본의 비중증가를 들었다. 그는 한국의 자본이 현지에서 심각한 노동통제를 행한다고 지적하며 "한국기업은 인도네시아처럼 저임금, 장시간 노동, 노동강도의 강화, 노조운동의 억제 등으로 표현되는 노동통제가 가능한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지 노동자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으며 천박한 제국주의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자본의 해외진출이 계속 늘어날 추세이며 이는 동남아, 중남미 국가들이 수출지향적인 성장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외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활동방향과 과제'의 발제자인 이정옥(효성 가톨릭대)교수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조사연구활동 △국제인권규범에 대한 홍보와 적용 △해외투자기업에 대한 문화사회적 컨설팅 시스템의 확립 △해외투자기업의 행동수칙 및 법제화를 위한 노력 등으로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해외진출기업의 인권침해 실상을 발표한 찬 카와이(Chan Ka Wai, 홍콩 Christian Industrial Commitee 중국조사담당)씨는 "한국기업은 중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투자가"라고 말하며 장시간 저임금 노동, 안전의 위협, 구타·성폭행 등 한국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서 중국의 자주노조(autonomous trade union)를 지원하는 활동에 국제인권·노동단체들이 나설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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