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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료-5.18학살 책임자 불기소 처분 취소 헌법소원 청구취지서-부분발췌>

내란죄는 성공·실패 떠나 소추의 대상


80년5월18일 정변은 성공한 쿠데타가 아니고 6월항쟁에 의하여 이미 실패한 것으로 역사상 정리되었다. 따라서 그 성공 실패의 기준이 80년 당시가 기준일 수 없으며 국민이 주권을 회복한 현재의 문민정부 하에서의 새로운 국민적 시각 하에 올바른 평가의 기준시점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시점의 설정에 따라 법적용이 달라지는 예는 독일과 일본 등에서 정치권력을 장악한 군부가 제2차 대전을 이끌다 전쟁에서 지자 그 지도부들이 모두 전범으로 재판을 받은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 역으로 말하더라도 6월항쟁과 5,6공의 종식 및 문민정부의 출범에 의하여 역시 근본규범의 변동이 있었고 이에 따른 새로운 헌법질서가 구축되었으며 이와 같이 새로운 효력을 얻은 헌법질서는 과거의 성공한 내란행위의 헌법질서상의 법 승인 자체를 이미 파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5,6공화국 당시에는 이와 같은 검찰의 법논리가 통용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문민정부 하에서 이러한 법리 구성은 불가능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성공한 쿠데타 이론의 바탕이 되고 있는 "완성된 사실의 규범적 효력"이라는 19세기적인 법실증주의적 논리는 현대 법철학에서는 극복된 지 오래다. 진부한 법철학 이론이 21세기의 문턱에서 검찰 결정의 핵심적인 논거로 인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비극이요 수치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대통령은 내란죄의 경우 기수미수를 불문하고 재직중이거나 재직 이후를 막론하고 소추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이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12.12사태는 군사반란행위에 해당되지만 5.17 정변은 내란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항차 군사반란 행위자들에게 살 길은 내란에 나아감으로써 정치권력을 취득하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논리이다.

국가보위입법회의 활동이 국회를 대신하는 입법기능이었으므로 이에 사법권이 관여하는 것은 통치행위의 이론상 허용될 수 없다는 등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의 논지로 삼고 있는 통치행위이론은 기본적으로 헌법질서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고 초헌법적인 헌법파괴행위에 대하여까지 인정되는 개념이 아니다. 또한 통치행위는 법치주의의 원리와 선거에 의한 민주주의 원리가 충돌될 경우 올 수 있는 국가기능의 마비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인 바 이번 사건은 법률상으로 명백히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고 국민 다수의 여론에 의하여도 이러한 사법적 심사가 지지를 받는 경우이어서 그 충돌이 있을 수 없는 경우이므로 통치행위이론이 개입될 수 없는 경우이다.

과거의 군주시대에 있었던 통치행위의 개념은 이미 그 주요내용이 바뀌었고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정치적 통제수단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고도의 정치결단적 국정행위에 대해서만 사법부 스스로가 사법심사를 자제할 수 있다는 이론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사건 피의자들은 5.18 당시 합법적인 통치기관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검찰은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사법적 자제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