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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소 불허, 방송 중단 지방인권영화제 난항

일부 지역 경찰 등 압력으로 허가 번복


지난 20일 안산에서 시작해 12월 22일 제주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제1회 인권영화제 지방 순회일정이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서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장소 섭외부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구청과 경찰, 심지어 안기부까지 영화제 상영을 막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11월 25-28일 강원대 백령 문화관에서 치러질 예정이던 춘천 인권영화제는 상영 허가가 나지 않아 취소됐다. 춘천 인권영화제 준비위는 백령문화관측에 사용 신청서와 기획서를 전달하고, 10월 31일 사용승인서를 받은 상태에서 조직, 홍보와 후원인 확보 작업에 들어갔다. 11월 18일에는 대관료까지 납입했다. 그러나 개막 6일전인 11월 19일 백령 문화관 측은 “공연허가서를 가져와야만 공연 허가가 가능하다”며 태도를 바꾸었다. 물론 시청 측은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기에 공연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춘천, 태도 바꿔 불허

함유호(27․춘천영화제 준비위 집행위원) 씨는 “백령 문화관이 공연 불허 입장을 보이게 된 데에는 안기부와 문체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치 않고서야 회의를 거쳐 승인서까지 발부해 놓고 돌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영화제 준비위측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화제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원칙 하에 다시 장소를 물색해 오는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춘천 YMCA 강당에서 영화제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백령 문화관측을 상대로 갑작스런 영화제 장소와 일정의 변경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주 인권영화제를 주관하고 있는 전북대총학생회는 26일 성명을 발표해 “안기부가 전주 인권영화제를 막기 위해 경찰과 구청, 학교당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경찰은 ‘인권영화’의 상영을 막는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근거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원주, 압력으로 방송중단

원주 지역에서는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영화제가 진행 중인데 경찰청과 시청측의 계속되는 감시와 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KBS 원주 방송국 영화 프로그램에서 취재를 하던 중 국장급에서 명령을 내려 취재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KBS 원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방송을 취소했다. 이러한 방송취소 등 보도의 통제는 영화제에 많은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 홍보의 부족 등으로 원주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관람객의 발길이 저조한 편이다.
영화제가 끝난 구미 지역에서는 ‘공연허가 없이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시청측에서 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영화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지만 광주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순조롭게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광주 지역은 12월 10일부터 5일 동안 전남대 공대 시청각실에서 관객을 맞는다. 인권에 관한 강연회 및 사전검열철폐와 영화등급제 실현을 위한 강연회, 장기수․정신대 할머니들과의 토론 시간 등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특히 단순히 와서 영화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고자 ‘부산․광주 인권선언’ 서명작업을 행사기간중에 벌일 예정이다.


강연, 토론회 등 부대행사

대구 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오완호(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구청․경찰서․동사무소 등에서 문의 전화를 자주 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다.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대신 모금함을 마련했는데, 이번 영화제는 흑자를 이룰 것 같다”고 낙관했다.

부산에서도 부산대 총장의 후원 하에 장소와 시설 문제가 매끄럽게 준비되고 있으며, 홍보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제는 27일 현재 원주․청주 지역에서 진행 중이며, 이번 주말에는 수원, 인천, 전주 등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