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민병일·이종호 씨 사건 진상규명 촉구
개인적 볼일로 파출소를 찾아간 사람과 주민 신고로 파출소에 끌려간 사람이 모두 뇌사상태에 이르러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시 신갈파출소와 인천시 산곡파출소에서 민병일(40·노점상) 씨와 이종호(38·노점상) 씨가 각각 경찰과의 시비 또는 조사과정에서 쓰러진 뒤,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은 우리 사회 경찰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제2 제3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이 요청되고 있다.
인하대병원에 입원한 이종호 씨는 숨만 쉬고 있을 뿐 사실상 사망한 상태이다. 담당 의사는 “뇌혈관경색(혈관에 피가 안 통함)에 의해 뇌사상태에 빠졌는데, 외부로부터의 충격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들은 “평소 건강하던 이 씨가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뒤, 얼마 후 의식을 잃었다”며 폭행과 뇌혈관경색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2일 새벽 이웃과의 시비 도중 파출소로 끌려갔으며, 두 손을 등뒤로 한 채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복부와 가슴을 발로 구타당한 뒤 쓰러졌다. 이 씨를 폭행한 안제화 순경은 “이 씨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려 발로 한 번 찼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으로 안 순경은 직위해제 되었으며 부평경찰서에 형사입건된 상황이다.
진상조사중인 송영길 변호사는 “안 순경의 폭행이 뇌사의 직접원인이 되는지 밝혀져야겠지만, 안 순경의 직무상 가혹행위와 중상해죄는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 지휘 검사는 뇌사원인과 관련해 ‘평소 약물중독에 따른 급작스런 혈관경색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주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민병일 씨도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측은 폭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반면, 민 씨의 가족은 5일 이 사건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을 수원지법에 냈다.
지난해 10월 전남 화순에서 파출소 순경의 폭행으로 사망한 노병우 씨 사건은 발생 1백여 일만에 경찰관의 상해치사 혐의가 밝혀지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파출소라는 장소와 폭행에 의한 사망 또는 뇌사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띤 이번 두 사건이 어떠한 결말을 보게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