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헌법재판소 법정에 날치기의 주역들이 자리했다. 신한국당의 이사철, 김학원, 목요상 의원, 김찬진 변호사 등은 이날 헌법재판 공개변론의 피청구인측 대리인으로 나와 "날치기 법안은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우선,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선 직접성·현재성·자기관련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직접적이지 않고, 현재의 일이 아니며, 자기관련성이 없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은 "설령 법안의 의결절차가 헌법과 국회법 규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이번 법안이 국회가 의결한 것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포된 이상 헌법재판소가 유·무효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또, 이미 폐기된 노동법과 개정안기부법에 대해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리인 김찬진 변호사는 "안기부법은 오랫동안 안기부가 담당해 온 국보법 위반 행위의 수사권을 회복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일반 국민들이 안기부가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어 반국가사범을 색출해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개정법률은 지극히 타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찬진 변호사는 이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개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폐기된 노동법마저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또 "법률을 통해 기본권에 대한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한편, 날치기 통과 절차에 대해서도 대리인들은 반성이나 유감보다는 정당성을 강변하는데만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이사철 의원은 "회의실을 점거하고 의장을 감금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으며, 특히 "야당의원들에게 사전통보 했을 뿐 아니라 누구도 본회의장 입장이 불허된 바 없으며, 보도진의 출입과 취재도 허용되었으므로 본회의는 공개된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펴기도 했다. 동시에 이들은 "국회법 운영의 과거 관행에 비추어 크게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의 공개변론은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겪은 뒤에도 달라지지 않은 날치기 주역들의 인식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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