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통과된 노동법·안기부법에 대한 시민헌법재판부의 결정은 '위헌'으로 내려졌다.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영도)과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공동대표 김중배 등)가 공동주최한 '시민헌법재판'에서 재판부(재판관 유현석, 이효재, 임재경, 허 영)는 "개정법률들은 입법절차가 모두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결정했다.
변호사·시민단체 대표·언론인·교수로 구성된 재판부의 이날 결정이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날 재판부의 결정은 "개정법률이 국회법규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고,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는 헌법 제50조의 규정에 위배되며, 따라서 위 규정에 위배되는 입법절차는 어떤 명분으로도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피청구인측 대리인들은 "입법절차는 헌법소원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국회법에 어긋나는 의사진행을 하는 것은 국회의 자율권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 사건 개정법률 등의 절차는 당연히 당재판부의 심사대상"이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입법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형식적인 심사권을 갖는 것은 결코 3권 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3권 분립의 원칙이 요구하는 견제 기능의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내용적으로도 기본권 위협
날치기통과의 절차적 위헌성 못지 않게, 개정 법률들의 내용적 위헌성에 대한 판단도 이날 재판의 주요 관심사였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개정법률이 내용적으로도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으로 대신했다.
안기부법과 관련해 청구인측은 "위헌법률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폈다. 국가보안법 7조와 10조가 죄형법정주의나 언론·출판·학문·양심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함으로써 위헌 논란을 빚고 있는데, 이 조항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피청구인측은 "안기부에 대한 수사권 부여가 직접적으로 기본권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헌법소원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동관계법에 대해서도 "단결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 및 생존권과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 등에 대한 침해"라는 청구인측 주장과 "침해가 아니다"는 피청구인측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재판부는 "개정 노동법이 노동기본권의 제한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며, 고용불안과 삶의 질 저하 등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기부에 대한 수사권 확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비밀주의가 지배하는 안기부의 수사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며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개정법률들이 위헌인 이상 그 효력은 발생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맺으면서 "개정법률을 의결한 여당과 논의의 성숙에 실패한 정부가 새롭게 논의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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