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처별 중에서도 가장 전체주의적인 것이다. 사형집행은 국가의 판결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며 국가는 단지 하나의 범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파괴할 권력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선언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다른 인간의 폭력을 그저 더 많은 폭력으로 상대하기 보다 두려움과 증오, 자신의 분노와 편견을 뛰어 넘어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러나 한 사람이 사형폐지 운동에 참여할 때마다, 한 나라가 사형을 제한하거나 폐지시킬 때마다 인류는 이 질문에 대해 '가능하다'라는 답에 더 가까워 지고 있다. 다른 모든 폭력과 사회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분명히 세계와 인류가 움직이고 있는 방향이다. 76년 이래로 매년 평균 2개 국가에서 사형제도는 폐지되었으며 89년 이후 21개 국가에서 사형제도는 사라졌다. 현재 세계의 절반 이상인 1백개 국가가 법적 또는 실제에 있어 사형제도를 폐지하였으며 94개 국가에서 사형이 존치되고 있다.
사형제도 속에 존재하는 불평등성
형벌의 불평등성이 특히 사형제도에 있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똑같이 살인행위로 검거되었지만 살 수 있는 사람들과 죽을 운명에 처한 사람들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그 근거는 분명하다. 그것은 범죄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범죄자의 경제적 지위, 피부색, 또는 자신들이 죽인 사람의 피부색 또는 경제적 지위 때문이다.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거나 정신질환자 또는 지진아이거나 소수민족일 경우이고, 사형집행을 당한 사람들은 종종 위에서 열거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들이다. 사형은 한국에서도 명백히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어 왔다. 사형은 세계에서 군사쿠테타 이후 이전 정부에 관련된 사람들이나, 쿠테타를 모의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에게 자주 적용되고 있은데, 이 경우 기소된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사형을 선고 받고 있다.
국가는 죄인을 사형시킬 권리가 있는가?
사형제도는 극단적으로 가혹하고 비인도적이며 모욕적인 형벌이다. 사형은 명백하게 가혹한 처사일 뿐 아니라 사형을 기다리는 과정 자체도 잔혹한 고통이다. 종신형은 재심의 가능성이 보장되며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석방을 고려하는 나라들도 많다. 또한 범죄자의 교화와 갱생은 오랫동안 형사정책의 기본 목표인데 다른 형벌과는 달리 사형은 갱생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형벌이다. 국가는 죄인을 사형시킬 권리를 결코 가질 수 없다.
페스카마호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선고을 당한 6명의 중국선원과 52명의 사형대기자들의 생명을 뺏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것이며, 역사는 현재 우리가 행하고 있는 보복적 행위를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인간의 미개성을 표출하고 있는 가장 명백한 증거가 바로 사형이다.
오완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