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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원에서 자행되는 '살인의 추억'

천주교인권위, 사형폐지입법 세미나

"참으로 맑은 눈을 보았습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평화로운 모습, 그의 맑은 눈은 그것을 말해주었습니다.…인간의 생명이 존귀하고 저마다 천부적인 생명을 지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젊은 사형수의 죽음을 통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 이영우 신부는 한 사형수의 사형집행을 지켜본 사람의 말을 전하며 '사형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7일 '사형폐지입법안에 대한 공개세미나'를 국가인권위에서 진행했다.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박경용 변호사는 "형벌로서의 사형제도는 사회방위를 위해 인간을 일방적인 수단으로 희생시키는 제도"라며 "사회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형수들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형수 가운데 약 70퍼센트가 빈민 계층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사형수의 약 70퍼센트가 흑인이고 백인을 죽인 살인범은 흑인을 죽인 경우보다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3.5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천주교인권위는 "범죄와 판결은 다분히 사회적인 것"이라며 "응보로서의 형벌보다 범죄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러한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성찰과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NCC인권위원회 황필규 목사는 사형제도가 △형벌의 본질인 교육관에 배치되고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사형제도에 반대했다. 현대사회에서 형법상의 '형벌'은 교정·교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형제도는 오히려 '응보'의 의미를 더 강하게 갖고 있다. 하지만 '범죄'가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회 환경에 의한 구조적인 것이라고 했을 때 이는 사회 공동의 책임이지 '응보로서의 개인적 형벌'은 적합하지 않다. 또 김도행 씨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오판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1973년부터 2004년까지 사형수였다가 무죄가 입증돼 감옥에서 풀려난 경우는 114건에 달한다.

또한 사형제도가 범죄예방이나 억제 효과가 있다는 사형찬성론자들의 주장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사형제도가 있는 주와 없는 주의 살인범죄율을 비교해보았을 때 사형제도가 있는 주의 살인범죄율이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적으로도 사형제도는 폐지되는 추세에 있다. 1977년 국제앰네스티가 사형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했을 때,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6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0여 개국에 이른다.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협약 제2의정서는 사형제도를 폐지할 것을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고 1997년 이후 유엔인권위원회는 사형을 폐지하지 않은 국가들에 대해 사형집행을 유예할 것을 요청하는 결의서를 해마다 통과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대 국회에서는 155명의 국회의원들이 서명한 사형폐지법안이 제출됐을 뿐 국회에서 논의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회기가 만료돼 자동폐기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사형제도 폐지에 따른 종신형제 도입이 별다른 토론 없이 합의됐다. 하지만 종신형제가 사형제도에서 '국가에 의한 살인' 문제만을 회피한 또다른 '사회적 살인'임을 고려할 때, 종신형제 도입에 따른 인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피해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