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한해동안 41개국에서 2,931명의 수인들이 사형집행 되었으며, 79개국에서 4,165명의 수인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이는 알려진 수치이며 실제통계는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인권협약이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예멘 등 5개 국가에서는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을 사형집행하고 있다. 90년 이후 미국에서는 6명의 청소년이 사형집행 되었으며, 이 숫자는 5개국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사형존치론 비과학적
사형존치론의 일반적 주장은 사형제도가 사회질서의 유지와 범죄억제 그리고 응보적 법감정 충족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범죄자와의 관계나 생명의 가치를 고려하여 사형이 생명권을 부정하는 형벌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과 사회적 법의식이 사형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사형존치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1764년 백카리아가 <범죄와 형벌>을 통해 사형제도의 부적절성, 불필요성, 부당성을 지적한 이후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사형존치론은 그 영향력을 점차 잃어 가고 있다.
76년 이래로 매년 평균 2개 국가에서 사형제도는 폐지되었으며 89년 이후 21개 국가에서 사형제도는 사라졌다. 현재 세계의 절반이상인 1백개 국가가 법적 또는 실제에 있어 사형제도를 폐지하였으며 94개 국가에서 사형은 존치 되고 있다. 88년부터 유엔을 중심으로 사형제도와 살인율의 상관관계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되었다. “사형제도가 종신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실패하였다.” 사형제도와 범죄율에 관한 많은 연구서들 중 88년 유엔의 보고서는 “모든 증거들을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가 사형제도를 존치 시킨다 하더라도 범죄율의 감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형-생명권의 침해
국제앰네스티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제도를 반대한다.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은 지존파의 경우는 물론, 민주화를 짓밟고 광주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범죄혐의자인 전두환씨의 경우에도 사형의 선고와 집행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사형제도는 세계인권선언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형벌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흉폭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그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국가에게는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두환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며칠 앞두고 그의 범죄행위가 심판되고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도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전두환씨에게도 생명권이 있기 때문이다.
전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사형제도 폐지와 사형을 무기형으로 감형하라는 운동을 벌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투옥된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즉각 종식하라는 각종 인권활동을 전개해 온 사람으로서 세월의 무상함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며 오늘 그에게 선고될지도 모르는 사형을 반대한다.
오완호(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