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처벌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9월 강릉 잠수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진 씨가 지난 25일 무죄선고를 받았다. 윤 씨의 담당변호인이었던 김기중 변호사(덕수합동)를 만나 이번 판결의 의미를 들어보았다.
-윤 씨에 대한 무죄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기소 자체에 문제가 있던 사건이었다. 기존 법원의 몇 가지 판례와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씨에게는 두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우선, 고무․찬양(국보법 7조 1항) 혐의에 대해 어떻게 변론을 준비했는가
=잠수함 사건 발생 당시의 언론자료를 모두 모았다. 당시 언론사에서 제기한 의혹은 윤 씨가 지적한 부분과 같았다. 이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이적표현물 소지․탐독(국보법 7조 5항) 혐의도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문제가 된 책들은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는 것들이며,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있는 자료였다. 법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이적표현물이라고 규정한 서적에 대해 판매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시중에 널리 판매하면서 그것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법이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과 다름없다. 처벌하려면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적표현물 관련 혐의에 대한 무죄판례가 있지 않았는가
=재판부의 판결문을 받아봐야 명확하겠지만, 검찰에서 제시한 서적(레닌저작선 등)에 대해 이적성이 없다고 명시했다면, 이는 최초의 판결로 의미가 있다. 과거엔 이적표현물임은 인정한 채 ‘책을 소지․탐독한 것에 이적목적이 있었는가’의 점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던 것이다. 책 자체에 이적성이 없다는 판결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재판에서는 똑같은 책이 이적표현물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윤 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7조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보법은 ‘생각’을 처벌하는 법이다. 일반적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무엇을 했냐는 행위를 묻지 않고, 생각을 물어 처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컴퓨터통신 상에 오른 글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죄형법정주의상 통신행위에 대해 일반법을 적용해서는 안되며, 통신공간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통신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인 동시에 공적 미디어 기능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일반원리에 비추어 볼 때, 통신행위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며, 제재가 필요하다면 최소화, 엄격화해야 한다.
-처음부터 무리가 있는 기소라고 했는데, 검찰이 윤 씨를 처벌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통신공간에는 국가권력의 제재가 별로 미치지 못해 왔다. 윤 씨의 경우는 시범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할 것이다.
-최근 들어 국보법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이 종종 나오고 있다. 사법부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지
=법원의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몇몇 원칙 있는 판사들의 노력에 불과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