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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80년 미국은 집 지키던 개?

5.18 학술심포지엄, 미국책임론 공방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5.18 항쟁 17주년을 앞두고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정치학회 주관으로 5.18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80년 5월 미국의 책임론과 관련한 한·미 학자들의 상반된 주장이 펼쳐져 주목을 끌었다.

「광주를 통한 한국민주주의에의 유혈통로와 미국의 위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삼성(가톨릭대) 교수는 “미국은 한편으론 인권외교를 표방하면서도 한편에선 독재를 지원하는 이중 정책을 펴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인들은 5.18 당시 ‘관망자’일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전두환 군부의 ‘무력 폭동진압’ 계획과 실행에 협조한 ‘참여자’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 피터슨(브리엄 영 대학) 교수는 “80년 5월 당시 미국은 ‘집 지키는 개’(watchdog)에 불과했다”며 미국의 책임론을 부정했다. 그는 “집 안에 강도가 들었을 때, 개가 짖지 않았다고 해서 개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결국 죄를 지은 것은 개가 아니라 강도”라는 주장을 폈다.

피터슨 교수의 주장은 토론자들의 집중 반격을 받았는데, 박기덕(세종연구소) 씨는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스스로 개입해 왔다”며 “사태를 관망했던, 방조했던, 또는 직접 지원했던지 간에 미국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폭력과 언어의 정치: 5.18 담론의 정치사회학」(최정운 서울대 교수), 「12.12, 5.18 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결의 역사적 의의」(박연철 변호사), 「비교적 시각에서 본 광주 5.18」(키미야 타다시 동경대 교수)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