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총련의장 통신ID 사용중지
컴퓨터통신의 대중화에 따라 통신의 자유와 관련한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CUG(전용통신방)를 폐쇄함으로써 통신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정부가 이번엔 한총련 의장 등의 개인 ID를 중지시켜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 컴퓨터 통신 규제 강화
지난 24일 컴퓨터통신 나우누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 및 동법 시행령 제 16조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이적표현물 제작․배포)에 해당하는 문건을 게시한 이용자 및 게시물을 다음과 같이 삭제한다”며 “한총련 의장 강위원(ID: hcyimsi) 최석원(hynews) 씨의 ID를 사용중지하고 게시물 및 자료를 전부 삭제한다”고 밝혔다. 나우누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할 경우, 제재가 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수사기관에서 개인 신상조회를 요청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으며, 대부분이 보안사범 계통이다”고 밝혀 통신공간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컴퓨터통신 상에는 정부의 조치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한총련 통신단(ID: 해방상명)은 “나우누리의 조치는 형사들의 구두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며 “이는 통신기본권을 짓밟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정보통신검열철폐시민연대의 김영식 대표(ID: 노민해)도 “사법적 판단없이 행정부의 직권으로 통신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전기통신사업법 53조의 위력”이라며 “통신악법이 살아있는 한 우리나라에서 통신의 자유는 없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문제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공공의 안녕 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통신부장관은 이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정보통신부 장관 직권에 의해 전화, 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의 박탈을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 제16조는 불온통신의 내용을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이라고 규정해 자의적 적용의 우려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정부는 오히려 ‘수사기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요청과 건의에 의해 통신수단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악안을 마련했다가 각계의 반대에 부딪혀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김기중 변호사(민변 회원)는 정보통신부에 보내는 의견서를 통해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포괄적인 제한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의적 행사의 여지가 많아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위헌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