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검 공안부는 안기부 등 관련기관과 함께 ‘좌익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열고, 한총련을 와해시키기로 결정했다.
고 이석 씨의 죽음을 빌미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한총련 고사작전은 학원의 자치를 근본적으로 짓밟는 처사이며, 망자의 죽음을 애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반인륜적인 작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10일 발표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성명서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성명서> 한총련 전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한총련과 학생운동에 대한 부당한 탄압은 중단되어야 한다.
1. 오늘 대검 공안부는 안기부, 경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좌익사범 합동 수사본부 회의를 가진 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에 대해서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한총련에 속해있는 전국 156개 대학 총학생회가 오는 8월 1일까지 탈퇴하지 않는다면 총학생회장 등을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2. 우리는 이러한 대검 공안부의 발표가 올바른 법치가 아닌 과거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한다. 한총련은 그동안 여러 차례 확인된 바와 같이 자유로운 투표를 통해 선출된 전국 각 대학의 총학생회가 자율적인 의지에 따라 가입한 공개 학생대중단체이며 이 한총련 조직 속에는 다양한 주의와 주장을 가지고 있는 총학생회가 속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3. 그런데도 대검 공안부가 사법부의 엄정하고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만 내려져야 할 이적단체 규정에 대해서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탈퇴하지 않으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은 몹시 부당한 탄압이라고 판단된다.
4. 특히 한총련에게 적용하겠다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 규정의 경우 이는 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는 단체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인데 금번 계기가 된 한총련 출범식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이적행위를 한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5. 한총련이 단체의 새로운 출범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지고자 한 것일 뿐 북을 이롭게 하려는 이적 목적을 공개적으로 표방하거나 북과 팩스 교환 같은 초보적인 교류조차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취해진 이러한 마녀사냥식의 이성을 잃은 탄압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6. 대한민국 헌법에 엄연히 보장되어진 결사의 자유를 대검 공안부는 명백히 부정하고 있다.
고 이석씨 폭행치사 사건과 관련한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 한총련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는데 일조한 당국의 강경진압과 대선자금 공개라는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눈감고 한총련을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마구잡이식 탄압은 분명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
1997. 6. 10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 902호
- 1997-06-12